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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효불효교(孝不孝橋)
/고 운 석 시인
2017년 12월 21일(목) 00:00
요즘 신문을 보면 자식이 부모를 살해했다는 보도가 자주 눈에 띈다.
최근에는 딸이 늙은 부모를 바닷가로 유인해 죽게한 사건도 있다. 한데 물고기인 가물치는 알을 낳은후 바로 실명을 하여 먹이를 찾을 수 없어 그저 배고픔을 참을 수 밖에 없는데, 부화되어 나온 수천마리의 새끼들이 천부적으로 이를 깨닫고는어미가 굶어 죽는 것을 볼 수 없어 한 마리씩 자진하여 어미 입으로 들어가 어미의 굶주린 배를 채워준다고 한다.
그렇게 새끼들의 희생에 의존하다 시간이 지나 어미가 눈을 뜰 때 쯤으면 남은 새끼들의 양은 십분의 일 조차도 안되며 대부분은 자신의 어린 생명을 어미를 위해 희생한 것이다. 그래서 가물치를 (효자 물고기)라고 한다.
그런데 효불효교(孝不孝橋)의 주인공 삼형제 이야기가 오늘날 감동을 준다. 이들의 어머니 유씨가 뼈대 있는 가문이라고 해서 어린 나이에 시집 왔더니 초가삼간에 화전 밭 몇 마지기가 전재산이었다.
정신없이 시집살이 하는 중에도 아이는 가졌다. 부엌일에 농사일 하랴 길삼 삼으랴, 저녁 설거지하는 둥 마는 둥 파김치가 돼 안방에 고꾸라져 누우면 신랑이 치마를 올리는지 고쟁이를 내리는지 비몽사몽 간에 일을 치른 모양이다.
아들 둘 낳고 시부모 상 치르고 또 아이하나 뱃속에 자리 잡았을 때 시름시름 앓던 남편이 백약이 무효, 덜컥 저 세상으로 가버렸다.
유복자 막내 아들을 낳고 유씨댁이 살아가기는 더 바빠졌다.
혼자서 아들 셋을 키우느라 낮엔 농사일, 밤이면 삯바느질로 십여년을 꿈같이 보내고 나니 아들 녀석 셋이 쑥쑥 자랐다.
열여섯 큰 아들이 “어머니, 이젠 손에 흙 묻히지 마세요”하며 집안 농사일을 시원시원하게 해치우고, 둘째는 심마니를 따라다니며 약초를 캐고 가끔씩 산삼도 캐 쏠쏠하게 돈 벌이를 하고, 셋째는 형들이 등을 떠밀어 서당에 다니게 됐다.
세 아들이 효자라, 맛있는 걸 사다 제 어미에게 드리고 농사는 물론 부엌일도 손끝하나 못 움직이게 했다. 살림은 늘어나고 일을 하지 않으니 유씨댁은 몇달 만에 새 사람이 됐다. 새까맣던 얼굴이 박꽃처럼 훤해지고 나무뿌리 같던 손이 비단결처럼 고와졌다.
그런데 문제는 밤이 길어진 것이다. 베개를 부둥켜 안아봐도 허벅지를 꼬집어봐도 잠이 오지 않는 것이다. 그러다가 마침내 유씨댁은 바람이 났다. 범골 외딴 집에 혼자 사는 홀아비 사냥꾼과 눈이 맞았다.
농익은 30대 후반 유씨댁이 한번도 그 오묘함을 느껴보지 못한 남자의 깊은 맛을 알게 된 것이다.
삼형제가 잠이 들면 유씨댁은 살며시 집을 나와 산허리 돌아 범골로 갔다. 어느 날 사경녁에 온몸이 물에 젖은 유씨댁이 다리를 절며 집으로 돌아왔다. 개울을 건너다 넘어져 발을 삔 것이다.
세 아들이 제 어미 발이 삐었다고 약방에 가서 고약을 사오고 쇠다리뼈를 사다 고아드렸다. 며칠 후 유씨댁은 발의 부기가 빠지고 걸을 수 있게 되자 또다시 아들 셋이 잠든 후 집을 나와 범골로 향했다.
유씨댁은 깜짝 놀랐다. 개울에 다리가 놓여 있는 것이다. 세 아들의 작품이었다. 사람들은 그 다리를 효불효교(孝不孝橋)라 불렀다.
이승에 있는 어미에게는 효요, 저승에 있는 아비에게는 불효인 것이다.
이 이야기는 동국여지승람에 기록되어 있으며 경북 경주시 인왕동에 있었던 신라시대의 다리, 경상북도(사적 제 457호 지정)이다.
이를 칠성교로 불리기도 한다. 한데 요즘은 아들을 키워서 사춘기가 되면 남남이 되고, 군대에 가면 손님, 장가가면 사돈이 된다.
아들이 어릴땐 1촌 대학가면 4촌, 군대 다녀오면 8촌, 장가가면 사돈의 8촌이 된다. 서울 살면 동포, 이민가면 해외동포, 잘난 아들은 국가의 아들, 돈 잘버는 아들은 사돈의 아들, 빚진 아들은 내 아들 된다.
아들에게 재물을 안주면 맞아죽고, 반만주면 졸려죽고, 다 주면 굶어죽는다. 효자 삼형제의 어머니가 부러울 뿐이다.
/고 운 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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