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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구시의 노래’를 다시 읽으며
호남매일 honamnews@hanmail.net
2018년 01월 17일(수) 00:00
고흥군은 일찍이 우주와 아주 가까운 고장이었다. 나로도에 우주센터가 들어서기 전 1943년 두원면 성두리에 떨어진 운석, 두원운석(豆原隕石)은 소재가 확인된 우리나라 최초 낙하 운석으로 이름 붙여져 있다.
2013년 나로호 발사가 성공되면서 고흥군은 우주항공과학의 일번지로 자리매김하였다. 나로호가 발사되던 해, 가슴조리며 성공을 기원하던 온 국민의 염원이 아직도 생생하기만 하다.
그해 여름,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 故송수권 시인은 ‘사구시의 노래’ 집필에 따른 자료와 현장답사를 위해 김용수 시인과 필자를 앞세워 고흥으로 가자하였다. 두원면 운암산 자락 운대리에 접어들어 분청사기가마터에서 몇 번이나 잘 보아두라고 당부하며 ‘사구시’의 현장을 설명하다가 임녀의 설화도 들려주었다.
풍으로 병원에서 퇴원한지 얼마 안 되어 지팡이를 의지하고 섰던 시인은 빗속에서 커다란 방풍을 캐내어 들고 나오기도 하였다. 그 자리에 지금은 분청문화박물관이 개관되어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시인이 슬며시 내비친 문학관은 아직 문을 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인이 고향에 바친 노래가 이렇게 병중에서 탄생한 것임을 아마 아는 이들이 적을 것이다. 시인이 적어두고 간 ‘사구시의 노래’를 다시 읽는다.
“나로도 항공우주센터/밀리엄 세기의 첫장을 열었을 때//쑥밭골의 신화는 깨졌다//쑥과 마늘과 호랑이와 곰과/함께 살던 아기곰 한 마리가/굴 속을 빠져나와/꼬리 불을 물고 하늘을 서성거렸을 때//우리들 신화는 빗장을 활짝 열었다//고흥반도의 아침이여/사구시의 노래여”(송수권, ‘사구시의 노래 1’ 전문)
2013년 11월 28일 문학 인생 40년, 시인은 한국풍류문화연구총서 세 번째 책으로 ‘사구시의 노래’를 탄생시켰다. ‘고흥은 우주다’라고 했듯이 ‘고흥은 사구시의 노래다’로 신화의 빗장을 활짝 열어냈다.
시인이 사구시(사기골) 현장에 내려가 받은 큰 충격으로 엮어 바친 시집을 열어 ‘꽁꽃 속에 숨어 있는’ ‘우리들의 신(神)은 죽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가는 모습을 보노라니 감격스럽고, 서러운 이야기들이다.
그 언젠가 이탈리아 롬바르디 평원을 여행하며 쓴 ‘정든 땅 정든 언덕 위에’서를 읽고 있으면 왜 신화와 전설을 뚫고 인간의 서정을 울리는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 평원 다 준다 해도/내 편히 쉴 곳 없음을 안다’한 것은 ‘대숲마을을 빠져나온 저녁 연기들이/낮게 낮게 깔리는 그러한 들판’에서 받은 정(情) 때문이었다.
때로는 꽃물 엉겨 서러운 ‘소록도’를 잊지 못하고, ‘물나라의 가을’을 그리워했으며, 거무섬 사람 ‘우리들의 마빡’ 김일과 손죽도의 이대원 장군, 갯벌에 피어난 ‘매생이’와 갯것들, 도자기 전쟁(정유재란)으로 강탈당한 사기골 이야기, 고흥은 고흥(高興)으로 끝날 이름자가 아닌 풍류에서 풍류(風流)로 흘러 신화가 깨지는 곳, ‘수도암 골짜기 여섯 동네’ 물레가 돌고, 로켓이 도는 우주의 정한이 서린 고흥이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와 동행한다는 것 속에는 역사가 깃들여 있기도 하다. 필자는 소록도로 향하면서 ‘잇꽃’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으며, 나환자들이 동원되어 간척사업으로 제방을 쌓은 오마도 방파제에서 사진기로 현장을 담아두던 시인의 떨리던 손을 기억하고 있다.
소록대교와 거금대교를 건너고, 용두암의 소리를 같이 들으며 발포진에 섰던 지금은 사라지고 없지만 오동나무를 끝내 지켜낸 이순신 장군의 오동나무이야기를 시로 다시 읽는다.
“가야금은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듣는 것/발포, 발포에 가면/지금도 밤 파도소리 귀로만 듣는/그 줄 없는 가야금 소리 달이 뜬다”(‘줄 없는 가야금 소리’)고 왜가리처럼 훠이 훠이 저어 내는 가락이 어둠의 시대에 달처럼 비쳐오니 말이다.
우리는 우주로 통하는 세계를 물려받았다. 고흥이라는 남도의 땅을 받았고, 역사와 문화를 받았으며, 깨지면 다시 빚을 수 있는 사구시의 물레를 받았다. 더욱이 시마(詩魔)를 발설했던 어우야담을 쓴 유몽인의 어느 가락쯤에서 ‘사구시의 노래’는 고향 하늘의 별이 되고 있는 것임을 알게 된 것이다.
사람의 정이 이념보다 훨씬 더 힘이 센 것이라고 한 어느 시인의 말처럼 정든 삶을 외면하지 말고 한해를 살았으면 싶다. 어쩌면 필자는 사람의 정이 고팠는지 모른다. 시인이 두고 간 ‘사구시의 노래’를 다시 읽고 싶었으니 말이다.
물레소리가 멈춰버린 200만평의 땅에서 충격을 받은 시인의 마음, 그 깨진 그릇이 칼처럼 왜 그의 혼을 베었는지 조용히 묻고 싶었다. 누구든지 고흥분청문화박물관에 가는 길 있거든 우주와 통하는 오랜 이야기들을 가슴으로 담아가지고 돌아오기를 바래본다.
/정 홍 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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