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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2.11(화) 18:49
벼슬이 위험한 시대
호남매일 honamnews@hanmail.net
2018년 01월 25일(목) 00:00
중국에는 유명한 간신 계보들이 있다. 당나라 경우 간신들의 공통 특징은 윗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요직을 맡는다. 한국은 대선 후 새 정권이 들어서면 여러가지 벼슬이 쏟아진다.
예전에 정권인수위원회가 꾸려지고 초장에 여기 들어간 인사들을 보면 마치 ‘히로뽕’ 맞은 사람들처럼 붕 떠 있는 느낌을 준다. 벼슬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한데 올 6월은 선거를 통해 시장과 도지사가 새로 탄생하는 등 벼슬이 쏟아진다. 이렇다보니 한자리 차지하거나 공사라도 한 건 해보려고 아첨꾼이 줄서있다.
특히 한국 사람은 벼슬에 목이 맨다. 벼슬 못하면 죽어도 학생으로 남는다. 제사 신위(神位)에 ‘현고학생(顯考學生)’으로 적는다. 그래선지 벼슬에 대한 집착과 기대는 한자문화권의 오랜 전통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서양은 과거제도가 없었다. 전쟁에서 싸움 잘하고 배타고 다니면서 장사 잘하면 그 사람이 벼슬을 하고 자리를 맡았다.
로마의 귀족은 피가 튀는 전쟁터에 나가 승리를 해야만 입신양명(立身揚名) 할 수 있었다. 서양의 전통은 칼과 돈이 자리를 결정하는 문화였다. 그리고 그 자리는 세습이 됐다. 시험봐서 합격한 사람이 요직을 맡는 전통이 없었다. 물론 현대에 와서는 많이 바뀌었지만 말이다.
한자 문화권에서는 과거 시험에 합격해야 성공한 인생이었다. 지금처럼 선거가 없어, 장원급제 해서 어사화 꽂고 금의환향하는 것이 인생 최대의 행복이자 성공이었다.
과거를 통한 관료제도가 나름대로의 합리성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이 전통은 오랫동안 유지됐다. 동양 삼국 중에서 일본은 과거 제도가 없었다. 칼을 잘 쓰는 사무라이가 임자였다.
그래서 일본은 중국·한국과는 문화의 결이 좀 다르다고 본다. 동양의 삼교, 즉 유교·불교·도교 중에서 특히 유교는 이러한 과거 합격을 성공의 기준으로 여겼다.
수신(修身)을 했으면 그 다음에는 치국(治國)을 하는 게 인생의 순서였다고나 할까. ‘부재기위불위소능(不在其位不爲所能)’이라고 했다. 자리(位)가 없으면 능력을 펴지 못했다.
자리가 벼슬이다. 벼슬을 못하면 치국도 어렵다. 벼슬을 못하면 사람 구실을 못했다. 그러고보니 벼슬을 하려고 박이 터졌다.
지금은 그렇고 그런 사람도 선거를 통해 벼슬을 하기도 하는데, 조선조에서는 늙어죽을 때까지 과거 시험준비하다가 끝난 인생도 많다. 벼슬을 하면 우선 월급이 나오고, 다른 사람들을 앞에서 굽신거리게 만드는 권력을 쥐고, 자기 생각을 현실세계에 실현 한다는 쾌감이 있다.
동양의 전통에서 보면 유교의 벼슬중독(?)을 치료해주는 해독제가 불교였다. 불교는 벼슬·정치·현실·참여 이런 것을 모두 환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벼슬을 몽환포영(夢幻泡影)이라고 했다.
꿈과 같고 환상과 같고 물거품과 같고 그림자와 같은 것인데, 왜 거기에다 목숨을 거느냐고 혀를 차며 끊임없이 태클을 거는 셈이다.
벼슬 못한 낙오자들을 달래주고 의미부여를 해주는 데 있어서는 불교가 큰 몫을 했다.
불교에서는 명심견성(明心見性·마음을 밝혀 스스로를 자각함)을 해서 번뇌를 없애는 게 인생의 중요한 목표라고 설파했다. 여기에 비해 도교는 재미있다.
도교는 왔다갔다 노선이다. 잘 풀릴 때는 벼슬도 하고 정치에 참여도 하지만, 여차하면 다 때려치우고 산으로 도망가는 노선이었다.
유교와 불교 사이에 도교가 있었던 것이다. 삼국지 제갈공명의 장인이나 장인 친구들, 그리고 지인지감(사람을 알아보는 능력)이 뛰어났던 수경같은 인물들이 모두 도가(道家)계열의 인물이었다.
평상시에는 산에서 한가하게 지내다가 역사적 전환기가 닥치면 알맞은 인물을 세상에 내보내 일정한 역할을 하게했다. 제갈공명은 그 배후가 도가였다.
도사들이 대표선수로 공명을 무대위에 올린 것이라고 봐야한다. 서예로 유명한 중국의 왕희지도 처음에는 몇가지 벼슬을 했다. 그러다가 벼슬을 때려치웠다. 벼슬을 그만둔 뒤 몇번의 천거가 있었지만 왕희지는 끝내 사양했고, 유람이나 낚시하는 일로 일생을 마쳤다.
벼슬에 위험한 함정과 모함이 따라서다 최근엔 한국의 벼슬이 작두위에 올라타는 무당같은 느낌을 준다.
마치 날카로운 칼에 묻어있는 꿀을 핥아먹는 일이나고나 할까. 사명감과 능력을 두루 겸비하지 못하면 피를 보거나 감옥에 간다고 봐야한다.
/고 운 석 시인
호남매일 honam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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