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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2.11(화) 18:49
쑥 인절미의 맛
호남매일 honamnews@hanmail.net
2018년 01월 30일(화) 00:00
엄동설한(嚴冬雪寒)의 날씨에 몸을 움츠리며 겨울다움을 느껴본다. 겨울날씨답게 추워진 날씨에 창문 틈 사이로 차가운 바람이 솔솔 들어온다. 운동을 해야 겨울을 날 것 같아 두툼한 옷차림을 하고 청량감이 휘몰아치는 들판에 섰다.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들판에 서서 갈색 풀밭 사이를 보니 쑥이 보였다.
“쑥 나왔다” 제 계절을 모르고 땅을 뚫고 나온 쑥을 보니 따뜻한 아랫목에 앉아 인절미 쑥떡을 먹었던 명절 생각이 났다.
그날 이후로 쑥 인절미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는데 백화점 식료품에서 쑥 인절미를 발견해 냉큼 사서 한입 먹고 있는데 지나가신 어르신들마다 “맛있는 것 먹네” 하며 관심을 보였다. “드실래요” 하면서 건네었더니 한쪽씩 드시고 가시는 표정에서 공동체의 맛을 찾아본다.
우리의 삶속에 언제부터인가 음식은 아날로그 미학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쑥떡을 보신 분들은 그 언어 속에 인절미 쑥떡 맛을 보고 싶어 하는 맥락적 의미가 들어 있어서 자연스럽게 한쪽 씩 드렸다.
그런데 쑥떡을 먹어본 얼굴은 “이 맛이 아닌데” 라는 표정이다. 우리가 맛본 쑥떡의 맛은 어렸을 적에 먹었던 맛이 아니었다.
쑥의 거칠거칠한 맛, 찹쌀과 쑥의 융합이 절묘한 떡 맛이 아니었던 것이다.
백화점에서 맛본 쑥떡은 너무나 부드러웠다. 서로 힘을 모아 절구에 찧었던 쑥떡 맛이 생각나 먹었는데 몸과 정서로 기억된 맛이 아니었던 것이다. 쑥인절미에 대한 추억은 맛이라는 공동체 삶으로 연결되어 직관적으로 느꼈던 것이다.
떡판에서 인절미를 쳐서 먹어본 사람들은 맛에 대한 일체감이 있다. 각 지방마다 인절미를 찧는 방법은 다르지만 손 방아를 찧어서 만든 쑥떡은 거칠한 맛이 있다.
어렸을 적에는 싫었던 그 거칠한 맛이 이제는 그리운 맛의 기억을 찾는다.
작가 김훈은 맛에 대한 이야기를 이렇게 쓰고 있다. “맛은 육신과 정서에 사무친다. 먹을 때는 생활이고 먹고 싶을 때는 그리움이다. 추상이 아니고 먹는다는 것은 삶과의 맞대면이다” 쑥인절미에 대한 그리운 맛은 육신과 정서에 깃들여 있다.
쑥떡을 보고 반가웠던 사람들은 쑥떡에 대한 맛의 의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막상 먹어본 사람들의 표정은 ‘이 맛이 아닌데…’ 하는 표정은 쑥떡에 대한 맛이 기억이 맛이 아닌 것이다. 떡메로 친 쑥떡을 먹어본 사람들의 표정에서 읽을 수 있다.
이어령 작가의 음식에 대한 일화는 음식의 맛 공동체의 의미를 더 다가오게 한다.
‘오늘날 회사를 의미하는 컴퍼니(company)란 말이 있다. ‘컴’은 ‘함께’(共), ‘퍼니’는 ‘빵’이라는 뜻이다.’ 우리민족에게 있어서는 쌀이 주식으로 밥이다. 밥의 경계를 넘은 떡이 맛의 기억을 하고 있다.
그렇다. 우리는 공동체의 맛을 쑥떡을 먹으며 몸과 정서로 기억하고 있다.
우리 민족에게 있어 주식은 쌀이다. 쌀은 귀한 재료로서 쌀로 만든 떡은 명절에만 먹는 음식이었다.
그래서 명절이 오면 떡을 해서 먹는다. 특히, 찹쌀로 만든 인절미를 만들어 먹을 때는 온 동네가 잔치다. 또한 쑥은 봄부터 뜯어 볕에 말려 다시 삶아서 쓴다. 몇 번의 수고스러움과 정성을 거쳐야 한다. 그러므로 쑥 인절미 맛은 정이다.
쑥인절미는 떡판에 찰밥을 떡메로 쳐댄다. 떡을 절구나 넓은 널빤지위에 올려놓고 한 사람의 힘으로는 안 된다. 한사람이 떡메로 떡을 치며 한사람은 물을 뿌려가며 모아주어야 한다. 쑥 인절미 떡 만드는 날은 여럿이 함께 일하며 공동체 안에서 나눔의 미덕을 낳는다.
엄동설한 쑥떡이 그리운 것은 명절날 쑥떡을 먹었던 정서가 마음과 몸속에 저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정서의 기억들은 행복한 맛의 기억으로 남아 아름다운 정서 속에 머물고 싶은 것이다.
아름다움은 시대를 초월한다. 쑥 인절미의 거칠한 맛은 이미 시대를 넘어 미학의 맛으로 우리 곁에 남아 있다.
거칠거칠한 쑥떡의 맛을 보려면 올 봄에는 쑥을 뜯어야 할 것 같다. 쑥인절미는 무엇보다도 떡 쑥(괴쑥)으로 만들었을 때 가장 일미다.
쑥 일절미의 온 맛을 느끼려면 괴쑥(떡쑥)을 뜯는 노동의 값을 치러야 한다.
봄이 멀었다. 엄동설한 언 땅을 뚫고 나온 쑥을 보며 봄날의 쑥 향기를 생각해 본다. 제철을 찾지 못하고 일찍 땅을 뚫고 나온 쑥을 흙으로 살살 덮어주었다. 쑥이 많이 들어간 거칠거칠한 인절미 쑥떡을 먹는다. 포크 두 개로 떡을 늘일 만큼 늘여 찰진 인절미 쑥떡을 먹는다.
쑥떡의 맛은 질감을 느끼며 육신과 정서로 음식의 맛을 기억한다. 몸과 마음으로 기억된 쑥떡의 맛을 느끼며 오래도록 씹어본다. ‘쑥 인절미’ 미학의 맛을 만나본다.
/김 명 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호남매일 honam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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