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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4.25(수) 17:42
좋은 덕담으로 설 마중을 해보자
호남매일 honamnews@hanmail.net
2018년 02월 13일(화) 00:00


설날이 열흘 남짓한 날 유과를 만들기 위해 쌀겨를 고르는 할머니 옆에서 재잘거리는 여자아이 “설날이 몇 밤 지나면 돼 할매” 문풍지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을 등으로 막으며 이불 덮어주는 할머니의 손길이 바빠지는 겨울밤 이야기는 눈 길 걷는 고양이도 멈춘다.
할매, 참으로 오래 만에 불러본다. 정겹다. 할머니는 설날이 오기 한 달 전부터 부산스러웠다.
곳간에 있는 찹쌀을 커다란 대야에 붓고, 봄내 캔 쑥을 삶아 물에 담구셨다. 집집마다 떡방아 찧는 소리가 들리며 담 너머 사이로 정들이 오고 가고 아이들은 삼삼오오 입안에 하얀 뭉게구름을 넣듯 설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설날이 다가오기 일주일 전 집안을 대청소하며 새로운 복을 기다리며 사람들은 나쁜 것들을 가고 좋은 일들이 많이 오길 마음속으로 기도하고 기도했다. 설날이 오면 아이들은 때때옷을 입고 누구의 세배 돈이 많은가 복주머니를 뒤집었다.
그런데 복주머니 안에는 세배 돈은 없고 덕담이 적혀 있는 봉투만 들어 있으면 아이들의 실망감은 컸다. 아이들에게는 아무리 좋은 덕담도 별 의미가 없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게 좋은 말을 들을 기회가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설날에는 좋은 덕담을 나누는 것도 좋겠다. 덕담은 설날을 맞아 주변에 안부 인사를 말한다.
설날 덕담을 전할 때에는 새해를 맞아 상대에 건강을 기원하고 원하는 일이 모두 잘 되기를 바란다는 긍정적인 내용이며 좋다.
설날이 며칠 남지 않았다. 세배 돈과 덕담에 대한 ‘루비의 소원’이라는 그림책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루비의 소원 그림책은 S.Y.브리지스 글과 소피 블랙올 그림으로 비룡소 출판사에서 나온 책으로 중국 설에 관한 이야기다.
빨간색 표지 속에 살짝 얼굴을 내밀고 있는 중국 소녀 루비(빨간색을 좋아해 불러진 이름)라는 여자아이다. 루비는 부자 집에 태어났지만 여자는 학교를 갈 수 없어 불만이다. 19세기 말에는 여자들이 교육을 받기는 힘들었다.
어느 날, 시를 써보라는 가정교사의 말에 루비는 여자로 태어나 슬프다고 쓴다. 이 시를 본 할아버지는 루비와 대화를 나눈다. 루비는 남녀 불평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루비가 원하는 것은 다른 여자 애들처럼 집안일을 배우고 결혼을 꿈꾸는 것이 아니라, 대학에 가서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하는 것이다.
새해가 되는 설날 아침, 루비는 할아버지에게 빨간 봉투를 받는다.
세배 돈일까? 어떤 덕담이 적혀있을까? 열어본 봉투에는 대학 최초의 여학생이 된다면 기쁠 거라는 내용의 대학 입학 허가서가 들어있다. 마침내 공부하고자 했던 ‘루비의 소원’이 이루어진다.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차별 당하고 소외받던 루비가 당당하게 자기주장을 펼치며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가기까지의 과정을 그려낸 작품이다.
‘루비의 소원’ 은 글을 쓴 작가 할머니의 이야기다.
루비의 소원은 공부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시대에 도전했던 할머니의 새해 소원에 대한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엮은 책이다.
무술년 개띠 해 설날 상대방의 소원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고 덕담을 미리 나누는 설 마중을 해 보는 것도 좋다.
요즈음 설날에 좋은 덕담을 들을 기회가 많지 않다. 그러나 기회가 된다면 주변인들에게 좋은 덕담을 들려줄 문장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며 선인들이 했던 덕담을 한번 찾아보는 것도 좋다.
필자가 그동안 받았던 덕담을 소개해 본다.
‘얼굴에는 웃음꽃을 피우고 마음에는 행복 꽃을 피우고, 몸은 건강 꽃을 피우는 한해가 되길 바랍니다.’, ‘감사하며 감사할 일이 생깁니다. 분노와 노여움을 내려놓고 감사의 마음을 갖는다면 성공의 복이 찾아 올 것입니다.’ 등 자신에게 타인에게 용기와 감사의 마음을 가질 수 있는 덕담을 해보자.
설날이 며칠 남지 않았다. 덕담을 통해 미리 설 마중을 해보자.
덕담 중에도 가장 좋은 덕담은 상대방이 원했던 덕담일 것이다.
루비의 소원 그림책도 설날 아침에 커다란 선물을 준비해준 할아버지의 배려도 지혜롭다.
지금쯤 할머니의 마을에도 설을 지내기 위해 쑥을 다듬고, 콩을 고르고, 찰떡을 만드는 마을에 환한 빛이 들 것이다.
할머니의 쿵덕쿵덕 떡방아가 설 마중소리처럼 들려온다. 겨우내 기척 없던 마을이 들썩하다. 다만 재잘거리는 손녀가 없을 뿐이다.
설 마중 덕담을 통해 마음과 마음이 닿는 인간의 지혜를 발휘해보자. 덕담을 통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며 겨울 동안 얼었던 마을마다 열리는 빗장 사이로 아지랑이 피듯 봄이 시나브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김 명 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호남매일 honam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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