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즐겨찾기 추가
  • 2018.06.17(일) 19:42
된장의 미학
호남매일 honamnews@hanmail.net
2018년 03월 13일(화) 00:00
‘보라고 봄이다’라는 언어가 담긴 톡 사진을 받았다. 그 봄을 보려고 섬진강으로 마중을 나갔다.
입을 꽉 다문 산수유가 오후쯤 되자 반쯤 꽃잎을 하늘을 향해 펼쳐 부채 살처럼 펼쳐든 모습이 환하다. 올 봄은 참 더디었다. 예년 이맘때쯤이면 길모퉁이에 별처럼 피어 있던 까치꽃도 보기 힘들다.
대한민국도 정치계, 문화계 등 미투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라 오던 봄도 놀라 도망치는 듯싶다. 섬진강 줄기 오래된 지인 집에서 차를 마시는 동안 봄비가 내렸다. 비가 멈추자 매화꽃이 미소를 머금고 하나, 둘 피어난다. “에고고 애썼다”며 감탄사를 연발해 주었다.
최근 가끔씩 들추어 보는 책이 ‘백석의 맛’ 이라는 책이다. 책 머리말에 이러한 문장이 있다. “백석 시는 마음을 달래는 요리다”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음식이 그리워지는 봄날이다. 벌써 섬진강에도 봄이 왔겠지. 하며 인터넷 기사를 뒤적거린다.
봄 음식에 관한 기사를 보았다. ‘청와대 관계자에 의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4당 대표들이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남을 가졌는데 오찬 메뉴 컨셉트를 해빙과 봄맞이에 맞추어 봄 동전, 냉이된장국, 쑥으로 만든 인절미 등을 준비했다’고 한다.
절기에 맞는 음식은 치유다. 봄동전으로 언 마음을 녹이고 냉이와 된장이 만난 된장국은 각자의 특성을 고유의 맛을 가지며 서로 섞이며 조화를 이루는 마음을 담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며 우리나라 정치계도 해빙이 되었으며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밥상을 차린다. 달래장, 김, 김치, 냉이 국으로 소박한 저녁을 먹으며 백석의 시 ‘흰 바람벽이 있어’ 한 부분을 생각해 보았다.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 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간다./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아가도록 태어났다./ 그리고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내 가슴은 너무도 많이 뜨거운 것으로 호젓한 것으로 사랑으로 슬픔으로 가득 찬다./ 그리고 이번에는 나를 위로하듯이 나를 울력하는 듯이 눈질을 하며 주먹질을 하며 이런 글자들이 지나간다./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 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사라도록 만드신 것이다./ 초생달과 바구지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이 그리고 또 프랑시즈 잠과 도연명과 라이너마리아 릴케가 그러하듯이.’ 소박한 밥상으로 마주한 식탁이 시와 함께 해 따뜻한 저녁이다.
쓸쓸한 봄날 저녁 마음을 달래주는 것은 된장과 만난 봄의 나물들이다. 봄날 강변의 바람, 풍경, 그리고 마음을 달래줄 봄의 맛을 생각해 본다. 냉이, 달래, 초석장, 어린 쑥, 미나리등 봄맛은 향기와 상큼함이다.
봄나물과 가장 잘 맞는 재료는 된장이다. 흔히 하는 말 줄에 “사람이 된장처럼 푸근혀” “깁은 맛이 있다니께” 하는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듣더라도 된장은 다른 재료와 친화력이 좋은 재료이다.
또한 된장은 본연의 맛을 가지고 있으면서 상대방의 향기를 잃지 않게 한다.
어느 블로그에서 ‘된장의 미학’ 이라는 글을 본적이 있다.
된장에 대한 덕 중에 마음에 든 세 가지가 있어 옮겨본다. 첫째가 단심(丹心)이다. 다른 맛과 섞여도 고유 향미와 자기의 맛을 잃지 않는다.
둘째로 항심(恒心)이다. 오래도록 상하거나 변함이 없다.
셋째는 화심(和心)이다. 어떤 음식과도 조화를 이루고 자연과의 동화를 이룬다. 그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화심이다. 어떤 것과도 조화를 이루며 재료의 맛을 잃지 않게 하는 것이다.
우리의 재료 된장은 아주 깔끔한 맛을 낸다. 된장과 간장은 콩을 메주를 만들어 소금물에 발효시켜 완성한다. 메주는 된장이 되며 소금물은 간장이 된다.
중국이나 일본은 쌀이나 밀을 섞는데 우리나라는 순수하게 소금물과의 만남에서 된장과 간장으로 분류된다. 메주와 소금이 만나 간장이라는 새로운 창조의 음식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통섭이다.
봄나물 중에 된장과 만났을 때 가장 잘 어울리는 나물이 냉이다.
된장을 풀어서 국속에 들어간 냉이는 봄 향기를 가득 안고 만나게 된다. 된장과 만나서 무침은 감칠맛을 준다. 봄은 향기을 담은 음식으로부터 온다.
된장과 간장은 한 몸에서 분리되어 있으면서 연결된 맛이다. 그래서 집안의 된장맛과 간장 맛은 같이 간다. 음식은 마음을 달래준다. 그기에 아름다운 시가 있다면 음식의 맛이 배가 되지 않을까 싶다.
된장의 아름다운 미학에 과한 이야기는 끝이 없다. 된장이 음식과의 만남같이 서로 다른 것이 어울려 조화를 이룬다면 우리의 삶도 행복이 배가 될 것이다.
/김 명 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호남매일 honamnews@hanmail.net
독자 의견 (0개)
이 름 비밀번호
제 목
내 용
회사소개회원약관개인정보보호정책제휴문의고충처리인광고문의기사제보
호남매일신문 광주광역시 북구 무등로 166 4층 | 대표이사 : 고제방 | 대표전화 : 062)363-8800 | E-mail : honamnews@hanmail.net
[ 호남매일신문 ]를 통해 제공되는 모든 콘텐츠는 무단 사용, 복사, 배포 시 저작권법에 저해되며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