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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하고픈 말
호남매일 honamnews@hanmail.net
2018년 03월 28일(수) 00:00
산수유, 매화를 따라 꽃들이 한창인 오늘 하이네의 시를 읽고 싶다. “새벽녘 숲에서 꺾은 제비꽃/이른 아침 그대에게 보내 드리리/황혼 무렵 꺾은 장미꽃은/저녁에 그대에게 갖다 드리리//그대는 아는가/낮에는 진실하고/밤에는 사랑해 달라는/그 예쁜 꽃들이 하고픈 말을”(하이네, ‘꽃이 하고픈 말’ 전문)
꽃을 두고 우리는 이름만 부르는 것이 아니라, 꽃말을 생각하기도 한다. 마치 그 사람의 이름 뜻을 풀어보는 것처럼 말이다. 제비꽃은 순진한 사랑, 장미꽃을 열렬한 사랑이라 했던가.
하이네는 꽃을 빌어 자신이 하고 싶은 말, 사랑을 참도 아름답게 적었다. 이처럼 꽃으로 사람의 마음을, 인생의 사계를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미학(美學)이다. 이같이 인생을 꽃으로 표현하는 아름다운 재주가 예로부터 있어왔던 것이다.
조선시대 해동가곡을 편찬한 가객 김수장(金壽長)은 ‘모란은’이라는 시조를 통해 풍류를 노래했다. “모란은 화중왕이요, 향일화는 충효로다./매화는 은일사요, 행화는 소인이요,/연화는 부녀요, 국화는 군자요,/동백화는 한사요, 박꽃은 노인이요,/석죽화는 소년이요, 해당화는 계집애로다./이 중에 이화는 시객이요,/홍도, 벽도, 삼색도는 풍류랑인가 하노라”하였다.
자연 속 꽃의 아름다움을 빗대어 인간의 모습을 노래한 시조가 ‘모란은’이다. 이 시조에 나오는 꽃들은 인간세상의 삶을 대변해주고, 인간의 다양한 삶을 자연 속에서 찾고자 한 것임을 볼 수 있다.
김수장이 꽃에 빗대어 인간의 모습을 노래한 것처럼 기생(예인)을 꽃으로 말한 옛말이 있다. 말을 할 줄 아는 꽃, ‘해어화’(解語花)이다. 기생은 몸을 파는 창녀와는 다르다. 전통사회에서 잔치나 술자리에서 노래·춤 및 풍류로 참석자들의 흥을 돋우는 일을 업으로 삼았던 여자들을 기생이라 하여 일패, 이패, 삼패로 분류하였다.
일패기생은 관기(官妓)라 하여, 예의범절에 밝고 대개 남편이 있는 유부기(有夫妓)로서 몸을 내맡기는 일을 수치스럽게 여겼다. 이들은 우리 전통가무의 보존자이며 전승자로서 뛰어난 예술인들이었다.
이패기생은 은근짜(隱君子)라고 불리며 밀매음녀(密賣淫女)에 가깝고, 삼패기생은 이른바 창녀(娼女)로서 몸을 파는 매춘부라고 하였다. 이렇듯 일패기생, 기녀는 아무나 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전통사회에서는 풍류도의 엄격함이 이루어지고 있었으며, 품위가 있었던 것이다.
고려속요를 보통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詞)라 하여 비판을 면치 못하던 시대가 있었다. 하지만 성애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인간이며 이를 표현하는 것이 예술일진대, 예술을 빙자하여 성이 폭력수단화 되고 있는 이 시대는 모호한 예술을 낳고 있으며, 풍류도의 품위가 없는 영혼을 해치는 패악(悖惡)을 생산해 내고 있다.
Me Too(나도 당했다)운동이 사회 곳곳을 흔들어 놓고 있다. 남녀평등이라는 말이 우리 사회에 인식되기까지 참 많은 세월이 흘러야했다. 이제는 성(性)평등이다. 모두가 인간존엄성에 따른 인권의 다른 말 아니던가. 미투 가해자 의혹 및 해명을 들여다보았다. 이렇게 하면서 한국문학을 비롯한 예술이 생존해왔다는 것에 분노가 일어남을 참을 수가 없게 되었다.
시인 고은은 “의도 없었지만 오늘날에 비춰 희롱이라면 잘못”이란 말을 해명이랍시고 내놓았다. 우리는 그로부터 노벨문학상 소식을 기대하며 내일인 것처럼 마음으로 빌어주고 있었으니 하늘이 웃는다고 했던가. 이는 해학(諧謔)이 아니라 패악이었다.
미투 가해자들의 용기는 무엇이었을까. ‘의도 없는 희롱정도’로 그 잘난 재주를 행세하고 싶은 욕망이었을까. 고은은 무엇을 사사했고, 그 주변에는 당하면서까지 이룬 문학이 무엇이었던가. 장난이었다니 그의 삶이 무척이나 우습게 보인다.
물론 문학, 시가 삶에 고민을 주고 당황스럽게 만들어주는 기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허나 희롱하며 놀고 싶은 것이 그의 용기였다. 아무리 통속이라 할지라도 귀신처럼 놀아 서는 안 된다. 이제 그의 것은 백해무익해졌다. 그의 문장과 삶 끝에는 의도 없는 희롱자라는 말이 시대에 의해 기록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제 성교육이 아니라 성문화의 올바른 인식과 변혁을 모색해내야 한다. 몇몇 유명인들 몰락하는 것 정도로 끝나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 무엇으로도 폭력은 악의 수단에 불과한 것이다. 개인윤리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항상 합리화란 교묘한 방법이 있어왔으니 말이다.
이차에 법제화한다니 못된 버르장머리 못하도록 철저한 안전장치가 요구된다. 한강의 소설 ‘흰’이 다시 맨부커상 후보에 올랐다는 말에 아버지 한승원은 한강이가 나를 앞섰다고 하였으며 문학은 미쳐야한다는 말을 남겼다. 지금 밖에는 꽃들이 치열하게 피고 있다. 열정(passion)은 고난이라는 말로도 쓰듯이 꺾이는 것이 꽃이지만, 한 송이 꽃은 악으로 피지 않는다 말하고 있다.
/ 정홍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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