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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0.19(금) 00:36
‘Walking Man’
호남매일 honamnews@hanmail.net
2018년 04월 17일(화) 00:00
바람이 분다. 비 내리는 3월이 바람 부는 4월을 데려 왔다. 4월의 노란 바람은 가슴에 숨은 상처들이 돋아나 몸을 움츠리게 한다.
비가 내려 가슴이 아린 날에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알베르트 자코메티전을 만났다.
비가 내리는 서울은 모처럼 청량했다. 우산 쓴 사람들이 예술의 광장으로 하나둘 모여 들었다. 빗속을 뚫고 걸어가는 사람들은 다양한 색의 우산을 들고 세월 따라 봄의 귀퉁이에서 멈추었다가 비와 함께 흘러간다.
팜플렛에 소개되어 있는 알베르트 자코메티 한국특별전 소개를 보면 ‘20세기 가장 위대한 예술가, 알베르트 자코메티 한국에 첫 선을 보이다.’ 1901년 스위스에서 태어난 자코메티는 1,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인간존재에 대한 깨달음을 조각으로 현대인의 불안과 고독을 가장 치열하게 파고든 조각가라고 표현하고 있다.
넉 달 동안 전시되었던 자코메티전을 이제야 만날 수 있었다. 알베르트 자코메티는 ‘Walking Man’ 은 피카소의 기록을 깨며 세계에서 가장 비싼 조각상으로 전시회 마감 하루 남겨두고 볼 수 있다는 것은 미술 애호가가 아니더라도 설레는 순간이었다.
비는 계속 내렸다. 전시회를 하루 남긴 미술관에는 사람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그의 삶과 스토리, 화가였던 자코메티가 왜 조각을 하게 되었는가? 그의 작품에 영향을 미친 가족, 연인, 그리고 마지막 유작까지 그를 만나는 시간은 설렘과 함께 작품을 이해하는 소통의 시간이었다.
그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Walking Man’ 걸어가는 사람 작품이다. 생명이라는 게 얼마나 위대하고 존엄한가에 대한 스토리를 전달하는 자코메티전은 다른 미술전시회보다 더 진진하게 작품을 만나고, 보고, 느끼는 순간이었다.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작품 ‘걸어가는 사람’ 1960의 이러한 문장이 있다. “마침내 나는 일어섰다. 그리고 한 발을 내디며 걷는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리고 그 끝이 어딘지 알 수는 없지만 그러나 나는 걷는다. 그렇다 나는 걸어야만 한다.”
우리는 걸어가는 사람 작품 앞에서 인간은 나약하고 고독한 모습을 발견한다. 그리고 삶이란 살아있다는 순간에 대한 감사의 시간을 가지며 오늘 하루도 견디며 살아가는 바로 우리의 모습을 발견한다.
특히, 한국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Walking Man’ 원본이 최초 공개되었다고 한다.
전시 마지막 영역에서 ‘걸어가는 사람’ 침묵과 묵상, 명상의 방 작품 앞에서 누군가는 말없이 서 있고, 누군가는 울음을 삼키며 작품을 만난다. 작품 앞에서 사람들은 자신을 본다. 그리고 한동안 말없이 작품 앞에 멈추어 욕심과 허영을 비워내는 자신을 발견한다.
자코메티는 실존주의 조각가이다. 그동안의 조각은 1839년 카메라가 발명으로 미술의 큰 전환점이 되었다.
사진예술이 등장하기 전에는 사물의 재현, 역사적 기록, 문자를 대신한 그림 등 당시 화가들은 재현과 기록이었다.
사진기술이 등장한 후 사물의 본질을 표현하는 노력과 함께 자코메티는 다음과 같이 기록을 남긴다. “사진이 발견된 이후로는 나는 사람을 똑같이 만들 필요가 없어졌다. 그래서 나는 초상화를 그리지도 만들지도 못한다” 라는 글 속에서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발견한다.
그동안의 조각은 덧붙임의 작업이었다면 자코메티의 작품을 덜어내고 비워낸 형태에서 본질을 만나게 한다. 그 본질 속에서 인간의 가장 나약한 면을 발견한다. 삶에 대한 집착과 허영과 탐욕을 버리며 자신을 찾게 된다.
묻는다. “이 봄날 어디를 향해 걸어가고 있는가?” ‘Walking Man’ 은 구부정한 모습과 함께 비가 내리는 예술의 전당 광장을 걷는다. 걸으면서 알베르트 자코메티의 대사를 기억한다.
“원래 생명 자체는 외로 운거야. ‘우리는 걸어가는 사람’ 우리는 실패하였는가? 그렇다면 더욱 성공하는 것이다. 무언가 새로운 것이 또 시작될 것이다. 당신과 나 그리고 우리는 계속 걸어 나가야 한다.”
예술의 전당 비 내리는 광장에 저 멀리 자코메티가 보이는 것 같다. 우산도 없이 외투를 머리까지 치켜 올리며 비속을 걸어가는 ‘Walking Man’ 이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파리지에 소개되었던 사진의 모습이 투영되어 보인다. 그의 발걸음이 외롭지 않길 바래본다.
봄날이다. 길을 가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방황한다면 ‘Walking Man’을 만나보자.
알베르트 자코메티의 작품은 한국을 떠나지만 우리의 마음속에 한 시대의 거장의 작품을 통해 나의 삶을 만나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김 명 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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