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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동적 지성이란
호남매일 honamnews@hanmail.net
2018년 05월 14일(월) 00:00
알킨디는 신을 능동인으로 보았다. 본질이나 유출이 아니라 기독교에서처럼 세계를 창조한 인격신으로 보고, 인격신 이하는 유출설을 주장했다. 능동인과 유출설을 타협한 것이다.
이 알 킨디 사상 가운데 능동지성이 후대에 많이 논의된다. 알 킨디의 능동적 지성은 인간 개개인의 지성이 아니라 그것을 넘어서는 근본적인 지성을 얘기한다.
개별적인 지각의 레벨이 아니라 세계 전체를 관조(직관)하는 영혼으로 개인의 영혼 이상이라는 것이다. 철학사에서 칸트의 의식일반, 훗설의 순수자아, 선험적 의식 등이 그것이다. 지금 보면 거친 개념 같지만 철학사에 면면히 내려오는 것이다.
그러니까 개인적, 경험적, 상황적인 영혼만이 아니라 그 이상의 영혼이 있다는 것이다. 세계를 객관적, 보편적으로 파악하는 의식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식이 인간에게 없다면 과학이나 철학은 불가능할 것이다. 철수는 철수대로, 영희는 영희대로 사물을 따로 지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것을 넘어서는 객관적, 보편적 의식이 있어야 한다.
그런 증거로 수학을 예로 든다. 아프리카 애들도 이슬람 애들도 다 피타고라스정리를 안다. 이런 개인적, 상황적, 경험적, 우연적인 인식, 정신 이상의 정신, 영혼이 있다는 생각이 철학사에서 중요하다.
이 생각이 무너지기도, 부활하기도 했지만, 능동지성이야말로 철학사 전체를 관류하는 것이다. 능동지성이 있기 때문에 그것에 근거해 개개인의 지성이 만들어진다.
스피노자가 정신속성이 있고 그로부터 개개인의 정신들이 나온다는 말도 이 생각을 이어받은 것이다. 영혼이라는 실체가 있는 게 아니라는 칸트의 의식일반이나 훗설의 선험적 자아도 여기서 등장한다. 그러니까 항상 능동적인 지성이 있어 인간은 그것으로부터 자신의 이성을 획득한다.
알 킨디는 팔사파의 전통을 열어, 능동지성에 입각한 사유를 펼쳤다. 그 뒤를 이은 알 파라비는 존재와 본질을 구분하는 중요한 개념을 개척했다. 그는 실존과 본질을 얘기할 수도 있게 해주었다. 가능한 존재와 필연적 존재가 그것이다.
가능한 존재는 있을 수도 있지만 꼭 있어야 하는 이유는 없는 것이다. 예컨대 곱슬머리로도 직모로도 태어날 수도 있는 우발적인 것이다.
이것은 과학적 원인이 있지만 존재론적인 이유는 없다. 이 문제의 근본을 소설화 한 게 사르트르의 ‘구토’다. 독학자 로깡땡이 마로니에 나무 앞에서 갑자기 느낀다.
내가 왜 여기에 존재할까? ‘왜 있다’ 에 원인이 ‘없다’는 얘기가 아니라, 내가 왜 존재할까? 내가 왜 있을까? 문제다. 이 문제가 실존주의로 가면 독특한 뉘앙스로 재탄생 된다.
신학적, 종교적 맥락에서 필연적 존재는 반드시 있어야 하는 존재다. 그러니까 본성상 존재할 수밖에 없는 존재다. 자기의 본질 속에 존재함을 함축하고 있다.
스피노자 ‘에티카’ 도입부에 나오는 신은 자기원인이라는 얘기가 그런 얘기다. 자기원인은 필연적 존재, 본성상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데 가능적 존재들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가능적 존재를 있게 만든 것은 DNA같은 외적 원인인 것이다. 그러니까 내 곱슬머리는 필연적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 가능적, 외적인 원인 때문이다.
환경이나 생물학적인 외적인 요건에 의한 것이다. 그러니까 필연적 존재는 자체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니까 외적 원인이 필요 없다. 그게 신이다. 자기의 존재를 위해서는 외적 원인이 필요 없다.
알 킨디와 마찬가지로 알 파라비도 신 이하부터 유출을 인정했다. 존재와 비존재를 넘어선 초월적 존재를 신으로 본 것이다. 알 파라비도 인간 개개인의 지성 위에 존재하는 능동지성을 인정했다.
이슬람 신플라톤주의는 이븐 시나(라틴어로 아비 켄나)에서 절정에 달한다. 아비 켄나는 창조를 스스로를 생각하는 신의 사유 행위로 근거 짓고자 했으며, 이 점에서 아리스토텔레스를 따랐다. 신은 본질이고 자기가 생각하는 것이 세계의 전개인 것이다.
예컨대 책이 바닥에 떨어진 것은 ‘책아~떨어져라’라고 신의 머릿속에서 생각하면 물리 세계에서 책이 떨어지는 것이다. 그러니까 신의 자기사유의 결과로 창조를 근거 짓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적 존재가 영원히 스스로에게 계속 견지하고 있는 인식이 첫 번째 유출, 즉 누스(nous)로 봄으로써 신플라톤학파를 따르기도 하였다. 그 다음에 하나로부터는 하나만 나온다는 알 파리비의 원리에 따라 유출이 계속된다.
그래서 신의 의지보다는 필연성이 더 중요하다. 신을 의지의 존재로 보느냐, 필연성의 존재로 보느냐도 서구사상에서 중요한 문제다. 신을 의지의 존재로 보면, 물리법칙도 신의 의지다.
지금까지 만유인력으로 우주를 만들어 봤는데, 신이 만유인력을 풀어볼까 하면 만유인력이 진다. 다른 한편으로는, 신이 아무리 전능한 존재라도 신은 logical하고 reasonable한 존재라고 보는 입장이 있다.
그러면 신도 논리법칙은 어길 수 없는 것이다. a가 b보다 크고 b가 c보다 크면 a가 c보다 클 수밖에 없다. 이 두 입장이 있다.
아비 켄나는 유출설을 천상학, 천체론과 결부시켜 위계적 사유를 전개했다. ‘제10 예지체가 능동지성이며 이로부터 인간 이성이 발생한다. 능동지성은 조명으로서 빛을 준다.’ 능동지성은 빛이고 그 빛이 햇살처럼 갈라져서 나오듯이 개개인에게 들어가는 것이다. 조명 개념도 이슬람철학에서 중요한 개념이다. 이런 식의 생각은 동방 신비주의의 공통 요소다.
아비 켄나의 사상은 서구에 전해지면서 서구 아비 켄나 사상으로 발전하였으며, 다른 한편 수흐라 마흐티 같은 인물에게서도 계승되었다.(*이 글은 이정우 교수 ‘아트앤스터디’ 수강록에서 발췌·요약·첨삭한 것임을 밝혀둔다.)
/조 수 웅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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