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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6.19(화) 18:34
思母曲(사모곡)의 눈물은 뜨겁다
호남매일 honamnews@hanmail.net
2018년 05월 24일(목) 00:00
“아프리카의 원시림에 들어선 찰스 다윈이 그 신비감에 어리둥절하여 ‘오 하느님!’ 하였다는 것처럼 백두산 천지의 신비를 언뜻 접하면서 문득 ‘에구머니!’ 소리치던 일을 잊어버리지 못합니다.” 육당(六堂) 최남선(崔南善)의 백두산 기행문 가운데 한 대목이다.
감탄하거나 황홀하거나 희열에 겹거나 또는 공포나 비탄이나 위급이나 고통에 직면하면 서양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하느님을 찾는데, 우리 한국사람은 어머니를 찾는다. 이렇게 감정의 극한에서 저도 모르게 구원을 청하는 소리를 이머전시크라이(Emergency)라고 한다. 물론 민족이나 문화권에 따라 이머전시크라이는 다르다.
회교도는 알라를 찾고, 불교도는 관세음보살을 찾는다. 한데 우리나라에서는 어머니를 찾는다. ‘어머나’, ‘어머’ 하는 놀라고 반가울 때 쓰는 경탄사도 어머니에서 비롯되고 있다. 이머전시 크라이가 어머니인 것은 최후의 귀의와 구원을 어머니에게서 찾는다는 것이요, 우리나라는 이 세상에서 가장 농도짙은 모성(母性)국가라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엄마, 어머니…. 생각만 해도 가슴 저미게 하는 말이다.
입에 되뇌면 더욱 가슴시리게 하는 말이다. 나날의 신산 고난을 도맡아 감당하시느라 당신의 모든 것을 남김없이 소진하면서 한 삶을 마감하시는 어머니. 자신의 몸을 빌려 난 자식들이 유장하게 창천을 비상하기를 소망하시느라, 거기에 모든 힘을 나눠 주시느라, 당신은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는 빈 껍질이기를 자처하시는 어머니.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애절한 사모곡들이 계속되는 것도 그 때문이겠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어머니를 제대로 감당할만한 사모곡은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이청준의 ‘축제’는 작가의 어머니께 바치는 헌가이자 20세기 어머니에게 헌정한 사모곡의 성격을 지닌 소설이다.
20세기 초에 태어나 식민지와 전쟁과 남편과의 사별, 보릿고개 등을 고난 속에서 겪으면서도 자식에게 가진 것을 다 쏟아주려 했지만, 줄게 결코 많지 않아 늘 부끄러운 정조를 내면화해야 했던 어머니. 그런 어머니의 장례식 과정을 다루면서 불가능한 사모곡의 가능성을 매우 곡진하게 탐문했다.
생의 끝자락에 선 노모에 바치는 자식의 지극한 사모곡의 한 대목을 보자.
“그 기나긴 지난 세월 노인은 당신의 모든 것을 자식과 이웃들에게 다 쏟아 주시고 이제는 빈 육신과 순백의 영혼만이 새털처럼 가벼워져 버리신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당신은 참으로 내게 보이지 않게 주신 것이 많다.”(‘축제’) 이미 이 메시지로 작가는 ‘할미꽃은 봄을 세는 술래란다’라는 동화 한편을 썩 아름답고 구성지게 만든 바 있다. 초등학교 4학년인 딸아이에게 할머니에 대한 마음가짐을 가르치려고 지었다는 이 동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할머니께서 자손들에게 몸과 마음을 사랑으로 나눠 주시기에 점점 몸집이 작아지게 된다는 말이다. “할머니께서 은지에게 나이를 다 나눠주시고 더 나눠 주실 나이가 지혜가 떨어지고 나면 할머니는 갓난쟁이처럼 몸집이 조그맣게 되시어 이 세상에서 모습을 거두어 우리 곁을 떠나가게 되신단다….”
소설 ‘축제’에서도 작가는 이 동화의 메시지를 되새기며 사랑으로 육체와 지혜를 나눠주시는 대목을 거듭 환기한다. 자손을 향한 내리사랑의 요체가 바로 사랑임을 강조한다.
소설 ‘축제’에서 어머니는 자식에게 늘 줄게 많지 않아 부끄러워하고, 자식은 어머니에게 늘 부채의식을 느낀다. 부족함에 대한 미안함과 많이 받았지만 제대로 돌려드리지 못한 부채의식 사이의 교감이 부모자식관계의 보편적 철리를 숙고하게 한다.
가정의 달임에도 존속상해, 심지어 존속살해 사건이 계속된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생각거리가 많아진다. 예로부터 자식에 대한 사랑이나 부모에 대한 효도는 비단 좁은 맥락의 가족윤리를 넘어서 보편적 일반윤리로 심화될 수 있는 것으로 이해됐다.
일찍이 ‘효경’에서 이르지 않았던가. “어버이를 사랑하는 사람은 남을 미워하지 않고, 어버이를 존경하는 사람은 오만하지 않다.” 마침 5월은 어버이날이 있는 가정의 달이다.
고대 중국 시인 한영의 시구가 떠오른다. “나무가 고요하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고, 자식이 효도하고자 하나 어버이는 기다리지 않는다.”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구절인데 막상 경험해 보니 그토록 절실할 수가 없다. 영원한 부채, 그래서 사모곡은 가슴을 뜨겁게 하는 눈물인 것이다.
/고 운 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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