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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1.12(월) 18:51
“불혹이 된 오빠들이 돌아왔다”


H.O.T. 콘서트로 본 1세대 아이돌 팬덤 문화
8만 석 단숨 매진…암표 100만원대 나돌기도

호남매일 honamnews@hanmail.net
2018년 10월 15일(월) 00:00
그룹 ‘H.O.T.’가 다섯 멤버 완전체로 17년 만인 13일 오후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콘서트 ‘2018 포에버 하이-파이브 오브 틴에이저스(High-five Of Teenagers)’를 펼쳤다.
이날 콘서트장은 ‘불혹’(마흔 살) 안팎 멤버들이 ‘현재진행형 가수’임을 확인시킨 자리이자 ‘1세대 아이돌’ 팬클럽 문화의 힘을 새삼 절감하게 한 공간이었다.
이날 오전 9시 오픈한 굿즈 숍 앞에 새벽 시간대부터 줄이 늘어섰다. 굿즈는 HOT 팬덤 이름인 ‘클럽 HOT’ 문구가 적힌, HOT 상징과 같은 흰색 우비와 티셔츠, 모자, 후드티 등이다. 모자와 후드티는 오전 중 동이 났다.
공연장 안에서도 팬들은 뜨거웠다. “H.O.T. H.O.T. 문희준 H.O.T. 장우혁 H.O.T. 안승호 H.O.T. 안칠현 H.O.T. 이재원”이라고 외치는, HOT 5집 타이틀곡 ‘아웃 사이드 캐슬’ 응원법 등 곡마다 응원법이 여전히 쩌렁쩌렁했다.
이날 공연장에 온 30대 팬들은 “학창 시절 자신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준 HOT를 평생 잊을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한 팬은 “왜 HOT가 좋냐?”는 물음에 “난 내 세상은 내가 스스로 만들 거야. 똑같은 삶을 강요하지마”라는 노랫말의 HOT 대표곡 ‘위 아 더 퓨처’를 부르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십대들의 승리’(High-five Of Teenagers)를 뜻하는 팀 이름처럼 90년대 후반 10대 목소리를 대변한 곡들이 공연장에 울려 퍼지자 운집한 30대 위주 팬들은 순식간에 어린 시절로 돌아갔다.

◇1세대 아이돌 팬클럽은 팬덤 문화 원형
HOT를 비롯해 ‘젝스키스’ ‘신화’ ‘god’ 등 1세대 아이돌 팬덤 문화는 ‘동방신기’·’빅뱅’의 2세대, ‘방탄소년단’(BTS)·’엑소‘의 3세대로 이어지는 팬클럽 문화의 원형을 만든 것으로 통한다.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는 1세대 팬덤 문화에 관해 “‘팬덤’ 개념 도입기, 10대, 풍선, 또래 문화, 오프라인 스케줄과 지역 팬클럽 회장을 기점으로 한 단결 등이 특징”이라고 봤다.
아이돌 전문 웹진 ‘아이돌로지’ 편집장인 문용민(필명 미묘) 대중음악평론가도 “1세대 아이돌 팬덤은 아이돌 팬클럽의 거의 모든 행동 양식을 수립한 사람들”이라면서 “사회적으로 아이돌 팬을 안 좋게 보는 시선 앞에서 나름 욕을 듣지 않으면서도, 조직적으로 움직이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했다”고 평가했다.
14일까지 같은 장소에서 이어지는 이번 HOT 공연은 예매 전부터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예매 오픈 즉시 8만 석이 단숨에 매진됐다.
온라인에서 암표가 100만원대에 나돌기도 했다.
그만큼 팬들의 마음은 간절했다.
추가로 2만 석이 더 열려 이날과 이튿날까지 총 10만 명이 객석을 채우게 된다.
성숙해진 팬들의 의식은 티켓 구매 행태에서도 드러났다. 실제 암표가 나돌자 “제발 여러분 암표 사지 말아주세요. 우리 오빠들이 어떤 마음으로 다시 나오는데 그것을 돈벌이수단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입니다” 등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달라진 응원 풍경에도 금세 적응했다. 팬들이 90년대 흔들던 하얀 풍선은 이날 하얀 봉으로 바뀌었다.
주최 측이 무선 주파수를 이용해 HOT 상징색인 흰색뿐만 아니라 다양한 색깔로 변화시켰다.
대구에서 올라왔다는 30대 팬은 “풍선은 가벼웠던 터라 봉을 흔드는 것이 처음에는 무거웠는데 적응되니 흔드는 것이 재미있더라”며 웃었다.

◇10대에서 사회의 주축이 된 팬들
1세대 팬덤은 SNS 대신 천리안, 하이텔 등 PC 통신으로 소소하게 교류를 하던 당시에도 확장성과 열기가 엄청났다.
1998년 12월5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앞에서 벌어진 일화가 대표적이다. ‘제13회 대한민국 영상음반상 골든디스크’ 시상식 공개방송 입장을 앞두고 당시 절정의 인기로 라이벌 구도를 이룬 HOT 팬클럽 ‘클럽 HOT’와 ‘젝스키스’ 팬클럽 ‘D.S.F’(현 옐로키스·젝스키스)가 격돌했다.
팬들은 HOT와 젝스키스의 각각 상징색인 흰색과 노란색 우비를 입고 있었다.
각각 에쵸티, 젝키라는 애칭으로 불린 두 팀 팬들은 실제 물리적인 충돌을 빚었다. 이 일은 당시 ‘9시 뉴스’에도 등장했다.
2012년 방송 당시 90년대 말 대중문화를 다루며 신드롬을 일으킨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이 이를 주요 소재로 다루기도 했다.
‘응답하라 1997’은 원래 내리지 않던 폭우까지 등장시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그런데 이들 팬이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게끔 만든 원동력도 1세대 아이돌이었다.
‘응답하라 1997’에는 HOT 토니 안의 열혈 팬 ‘시원’이 나온다.
그룹 ‘에이핑크’ 멤버 정은지가 연기한 그녀는 고교 시절 HOT ‘팬픽’을 쓰던 실력을 바탕으로 대학에 가고, 방송작가가 된다.
부산에서 이번 HOT 콘서트를 보러 온 황모씨 역시 “HOT 때문에 방송 일에 관심을 두다 ‘응답하라 1997’ 시원처럼 방송국에서 일했다”고 했다.
10대이던 이들은 어느새 사회를 이끄는 주축인 30대가 됐다.
신화 멤버 김동완은 최근 팀의 20주년 기념 간담회에서 “우리 ‘신화창조’(신화 팬클럽) 친구들은 (콘서트에 오기 위해) 휴가를 한번 썼다고 잘리는 군번이 아니다”며 “다들 경력직 간부, 이런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미 상당수 팬이 주부가 된 만큼 남편들도 팬들이 이번 HOT 공연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든 숨은 주역이었다.
어느 남성은 HOT 콘서트 관련 온라인 기사 댓글로 ‘마누라 없이 혼자 세 살, 두 살 연년생 아들 둘을 보고 있다. (절대 예매에 성공하지 못할 거 같아) 쿨하게 갔다 오라고 했는데 예매가 됐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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