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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1.19(월) 18:50
사회가 발전하면 일처리도 달라진다
호남매일 honamnews@hanmail.net
2018년 11월 09일(금) 00:00
옛날 남자들은 힘들여 농사를 짓지 않아도 먹기에 충분한 과일을 얻을 수 있었다. 여자들도 굳이 방직을 하지 않아도 입기에 충분한 모피를 얻을 수 있었다. 인구가 적은 반면 자연자원이 풍부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서로 다툴 필요 없이 태평하게 지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지식과 기술이 발전하면서 공리주의(功利主義)가 만연했기 때문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속도에 적응하지 못하면 누구든 인정을 받을 수 없다.
요(堯) 임금은 현미와 나물국을 먹고 초가집에서 살았다. 겨울에는 들짐승 가죽으로 옷을 만들어 입었으며, 여름에는 아무리 더워도 배 옷만 입었다. 요 임금의 그런 생활은 현재의 하급관리만도 못한 것이었다.
우(禹) 임금은 천하를 다스리면서 백성의 본보기가 되기 위해 직접 농기구를 들고 밭에서 일한 탓에 다리의 털까지 모두 닳아 없어졌다. 아마 지금의 농민이 우 임금보다 힘들게 일하지는 않을 것이다.
옛날의 천자는 자신의 지위를 가벼이 여겼으나 오늘날 사람들은 작은 지위에도 연연한다. 이것은 말할 필요도 없이 물질적 이익의 많고 적음에 따라 빚어진 차이다.
사회가 다르면 풍속도 다르다. 물질의 이익과 권세는 사람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 마실 물마저 귀한 고산지대에 사는 사람은 제사를 지낼 때 제물로 물을 떠 바치지만, 수재를 겪는 강변이나 호숫가에 사는 사람은 돈을 들여 물을 뺄 수로를 만든다.
또한 흉년을 만나면 형제간에도 음식을 양보하지 않지만, 풍년이 들면 길 가는 사람에게도 먹을 것을 나눠준다. 이런 현상은 모두 물자가 풍부한가, 그렇지 않은가에 달려 있으니 옛날 사람들이 재물을 가벼이 여긴 건 물자가 풍부한 삶을 누렸기 때문이다.
오늘날 사람들이 이익을 두고 다투는 것은 비열해서가 아니라 사회가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선왕들이 대수롭지 않게 천자의 자리에서 물러난 건 그들의 이상이 고상해서가 아니라 천자의 권세가 작았기 때문이다. 지금 사람들이 작은 자리를 두고도 다투는 것은 높고 낮음에 상관없이 그 권세가 크기 때문이다.
주나라 문왕(文王)은 지금의 섬서성(陝西省) 호현(戶縣) 동쪽과 장안현(長安縣) 남서쪽 일대인 풍(豊)과 호(鎬) 지역 사방 백 리를 기반으로 인의를 펼쳐 서융(西戎)을 감화시키고 왕의 칭호를 얻었다.
또한 서언왕(徐偃王)은 한(漢)의 동쪽 사방 오백 리를 차지해 인의를 실천하니 그에게 토지를 바치고 알현하는 나라가 서른여섯 개에 달했다. 그러자 초나라 왕은 서언왕이 초나라를 침공할까 두려워 군대를 일으켜 그를 멸망시켜버렸다.
문왕과 서언왕은 모두 인의를 실천하여 천하를 통치했지만 문왕은 나라를 지켰으되, 서언왕은 나라를 지키지 못했다. 비슷한 행위지만 전혀 다른 결과를 낳은 것이다.
이것은 인의의 실천이 고대에나 가능했을 뿐, 시간이 흐르면서 불가능해졌다는 걸 보여준다. 서언왕은 인의를 실천했기 때문에 망한 것이 아니라 인의에 푹 빠져 적국에 대한 경계를 늦추는 바람에 재난을 당한 것이다.
이는 한 가지 예일 뿐이다. 조세, 요역, 전재를 비롯해 군주의 권한과 관리제도 등이 전부 바뀌었다.
따라서 지금은 옛날과 같은 방식으로 일을 처리해서는 안 된다. 마땅히 변화된 상황에 맞게 적절한 판단과 대책이 필요하다.
순(舜) 임금 당시 유묘씨(有苗氏)가 복종을 거부하여 우가 무력으로 징벌하려 했지만 순 임금은 이를 수락하지 않았다. 덕이 두텁지 않은 군주나 무력을 사용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래서 그는 덕을 닦고 교화를 편 끝에 삼 년 만에 유묘씨를 복종시켰다.
그런데 그 이전에 있었던 공공(共工)의 전투에서는 무기가 난무하고 갑옷이 찢겨 부상자가 속출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즉, 순 임금 시대에는 무력이 공공연히 쓰이는 일이 없었지만 공공의 시대에는 그렇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시대마다 그 시대 고유의 특성이 있게 마련이다. 어떤 시대에는 도덕으로, 또 어떤 시대에는 지혜로 승부를 겨뤘다. 지금은 힘으로 자웅을 겨루는데 어떻게 옛날 같은 행위와 방식으로 오늘의 일을 처리할 수 있겠는가!
/이 정 랑 중국고전 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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