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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7.17(수) 18:32
[르포]'봄바람에 실려온 슬픔' 팽목항·목포신항 추모 물결

5년 지나도 추모객 이어져…노란 물결
"진상규명 바탕으로 안전사회 실천해야"

/김도기 기자
2019년 04월 15일(월) 00:00
따스한 봄 햇살이 비추는 잔잔한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노란 리본이 나부꼈다. '4월16일' 그 날의 슬픔이 바람에 실려 전해지는 듯 했다.
세월호 참사 5주기를 나흘 앞둔 지난 12일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
분노·통곡·위로·기다림의 항구였던 팽목항엔 추모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방파제 울타리를 따라 줄지어 늘어선 노란 리본에는 희생자와 추모객들의 '염원'과 '기도'가 적혀 있었다.
파도와 노란 리본을 형상화한 조형물 위에는 유가족과 추모객들이 놓은 음식들이 놓여 있었다. 바짝 마른 떡과 유통기한이 지난 음료수는 참사 이후 흘러간 5년 세월을 새삼 떠올리게 했다.
방파제 안쪽 벽면에는 희생자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글과 그림이 담긴 타일들이 늘어서 있었다. 이른바 '기억의 벽'에는 희생자 이름과 함께 생전에 좋아했던 것, 꿈꿔왔던 것들이 담겨 있었다.
방파제 울타리 한 켠에는 미수습자 박영인(당시 단원고 2학년)군을 그리워하며 박군의 부모가 사다 놓은 축구화가 놓여 있었다. 처음 놓일 때 새 것이던 축구화에도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았다. 노란 축구화 곁에는 다른 미수습자 4명의 귀환을 바라는 마음을 담은 운동화 4켤레도 놓여 있었다.
짝을 잃고 홀로 남은 신발 한 짝은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낸 유가족들의 마음을 대신하는 듯 보였다.
가건물 2개동을 이어 만든 팽목분향소에는 변화가 생겼다. 유가족들의 통곡과 한이 서린 팽목항 분향소는 지난해 9월 희생자 영정사진과 추모 물품이 정리된 뒤 기억관으로 쓰이고 있었다.
기억관에 들어서니 벽면 한쪽을 가득 채운 단원고 학생들의 반별 단체사진 현수막이 맞이했다. 본래 희생자 영정사진이 놓여있던 자리였다.
작은 종이배를 이어 만든 세월호 모형 위로는 희생자들의 사진이 차례로 나오는 모니터가 걸려있었다. '기다림'을 기억관 입구에 놓인 방명록에는 '잊지 않겠습니다', '다시돌아온 4月 잊지않으리', '미안하다. 아픔없는 곳에서!' 등 추모객이 적은 글귀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팽목항에서 500여m 떨어진 곳에는 사고 해역이 훤히 보이는 잡초 무성한 야트막한 산이 있다. 이 곳에는 국민해양안전관 건립 예정부지임을 알리는 입간판이 서 있었다. 오는 6월 착공하는 국민해양안전관은 희생자를 추모하고 해양안전 교육의 장으로 활용된다. 안전관에는 팽목항 방파제와 기억관의 희생자 추모물품이 보존된다.
일부 추모객들은 '결코 세월호를 잊지않고 진상규명과 안전사회 건설에 연대하겠다'고 다짐했다.
4살 난 딸의 손을 잡고 팽목항을 찾은 신인숙(39·서울 동대문구)씨는 "세월호의 슬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 사라지면 참사도 잊혀질까 걱정된다"면서 "세월호의 슬픔은 잊혀질 수 없고, 잊혀져서도 안 된다.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을 바탕으로 참사가 우리에게 남긴 교훈을 안전사회 건설로 실천해야 한다"고 밝혔다.
같은날 세월호 선체가 바로 세워져 놓인 목포신항만에서는 추모음악회가 열렸다.
목포신항만 북문 주변 울타리에는 추모 리본이 가득 채워져 노란 벽을 이루고 있었다. 바람에 넘실대는 노란 리본 사이로 세월호 선체가 보였다.
항만에 11개월 째 서 있는 선체는 녹이 슬고 뒤틀려 있었다. 특히 침몰 직후 바닥과 맞닿아 있었던 좌현은 뱃머리쪽을 제외한 선체 대부분이 심하게 부식돼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웠다.
뱃머리와 후미에 적힌 선체명 만이 이 배가 아픔과 고통을 간직한 '세월호' 임을 알게 했다.
세월호 선체 앞에서는 희생자 추모와 유가족 위로를 위한 음악회가 진행되고 있었다. 관람객들은 매서운 바닷바람에도 세월호 앞을 떠나지 않고 추모의 마음을 더했다. 참사가 남긴 교훈을 다시 떠올리며 공감과 연대를 다짐하는 모습이었다.
문환희(37)씨는 "세월호를 가까이서 직접 보니 마음이 더욱 무겁다. 참사를 계기로 '모든 생명은 소중하고 동등하게 존중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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