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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9.18(수) 18:27
19세기 반성철학
호남매일 honamnews@hanmail.net
2019년 06월 10일(월) 00:00
/조 수 웅 문학박사
‘철학은 현실 세계를 넘어서는 형이상학적 사유를 추구하기보다는 현실 세계 자체에 대한 탐구에 경도된다.’는 말대로라면 철학의 성격이 확연하게 달라진다.
①니체· 베르그송· 화이트헤드의 형이상학, 존재론, ②후설 이후 현상학, 해석학, ③합리주의(과학철학, 분석철학, 구조주의) ④넓은 의미의 맑시즘 이 네 가지는 철학의 내용도 다르지만 철학이 무엇이냐에 대한 이해가 아예 다르다. ‘철학이 무엇을 하는 것이냐’는 규정 자체가 각각 다르다는 말이다.
하지만 철학사적인 흐름에 대한 참조나 방법은 달라도 비슷한 문제로 논쟁하는 등의 복잡한 연관성이 있다. 어쨌든 네 계열은 철학에 대한 규정 자체가 다르다.
‘신체, 의미, 습관, 감정, 불안, 죽음 등의 주제들이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사유되기 시작한다.’ 이는 철학의 중요한 문제로 그리스에서도 중요하게 다루었다.
그런데 스콜라 철학이 되고, 과학에 대한 메타 이론이 나오면서 이런 문제들은 문학이 취급할 것이지 철학이 취급할 문제는 아니라며 철학에서 배제되었다. 그러다가 19세기가 되면 다시 현상학, 해석학 계열에서 이런 문제를 철학의 주제로 다룬다.
이전의 철학들은 기본적으로 과학과 연관되어 있었다. 예를 들면 스피노자, 라이프니츠, 데카르트는 과학자이면서 수학자들이다. 그런데 후설 계열에 오면 철학은 과학이 아닌, 문학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이런 경향은 ‘실증성’에 대한 공통의 믿음을 깔고 있음에도 콩트에서 유래해서 논리-실증주의와 공리주의를 거쳐 오늘날에 이르는 서구 주류 사회의 철학과는 다른 계열을 형성한다.
즉, 이때의 ‘실증성’은 과학적 탐구의 전제가 되는 ‘감각 자료(sense data)’의 의미가 아니라 인간이 인생을 살아가는 가장 원초적인 모습 ‘생(Leben)’, ‘실존(existence)’의 의미가 된다. 따라서 똑같은 경험적-실증적 태도에서 출발하지만, 콩트 이후의 실증주의 계열과 멘느 드 비랑 이후의 반성철학 계열은 전혀 다른, 대립적인 길을 걸어간다.
그러니까 실증성(positivite)을 강조한다는 것은 경험, 체험을 넘어서는 것은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콩트와 멘느 드 비랑은 다르다는 것이다.
콩트는 외적 데이터. 외적 실증성이다. 설사 인간 내면(심리, 정신, 문화)을 다루더라도 과학자들은 외적 실증성을 추구한다. 과학적 심리학의 경우는, 내면을 외적인 데이터 혹은 대상으로 보는 것이다.
그에 비해 멘느 드 비랑은 내적 실증성이다. 느끼는 것, 고독, 불안, 죽음, 뿌리 없음 이런 것들은 볼 수도 없고, 계산할 수도, 그래프로 그릴 수도 없다. 그러니까 바깥만을 바라보는 게 아니라 인간의 마음을 바깥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실험해 보고, 측정해 보는 방식들이다.
문화도 마찬가지다. 멘느 드 비랑은 외적 관찰, 대상화를 통해서가 아니라 내면적인 느낌, 성찰, 반성 을 통해서 바라보는 것이다. 그래서 여기서 반성(reflection)이란 말이 나온다.
이때 반성은 일상어에서 나쁜 일하고 반성한다는 뜻이 아니라 ‘내 의식이 항상 밖을 향한다.’는 것이다. 내 의식을 꺾어서 자기 안을 들여다보는 것이 반성이다. 현대적 의미의 ‘반성철학(la philosophie)은 고중세의 형이상학이나 근대의 과학적 철학이 아닌 제 3의 길을 걸어간다. 이 계열은 멘느 드 비랑이 데카르트의 ‘cogito(나는 사유한다)’에 자신의 ‘volo(나는 의지한다. I will)’를 맞세우면서 시작한다.
이후 딜타이, 니체 등의 ‘생철학(Lebensphilosophie)으로 이어진다. 철학을 이성이나 객관적 인식에 둔 게 아니라 생(Leben)에 두는 라베송, 라슐리에, 부트루 등의 ‘정신주의(spiritualisme- 인간의 에스프리를 중시하는)’, 네동셀 등의 ‘인격주의(personalisme- 퍼스날리티. 과학적 대상이 아닌 인간 고유의 인격)’, 야스퍼스, 사르트르, 마르셀 등의 ‘실존주의(existentialisme-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삶. 실존을 강조하는 사상)’ 등으로 발전해 갔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후설과 메를로-퐁티, 레비나스 등의 현상학과 하이데거, 가다머, 리쾨르 등의 해석학이 방법론적으로 중요한 기여를 한다.
물론 위에서 열거한 사조들, 인물들 사이에도 차이가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아 반성철학 계열이 실증주의 계열(과학적 철학), 사회주의 계열(정치적 철학)과 더불어 서구 근·현대 사유를 삼분했다고 할 수 있다.
19세기에 개별적이고 산발적으로 진행되던 반성철학은 멘느 드 비랑 이후의 ‘정신주의’와 쇼펜하우어(의지철학), 키에르케고르, 니체, 딜타이 등의 ‘생철학’을 핵심으로 전개되는데 이런 흐름들의 방법론적인 사유를 제시해준 것이 현상학이다.
이 사유들은 자칫 개인적인 학문이라 어려운 담론으로 갈 수도 있는데 거기에 엄밀한 방법적 틀을 제공한 것이 현상학이다. 현상학의 등장으로 반성철학은 인식론적인 틀을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가진다는 것이다. 후설 자신은 생철학, 실존주의류와는 거리가 있는, 과학적이고 인식론적이지만, 현상학이라는 방법의 창시를 통해서, 현상철학의 새로운 흐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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