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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0.23(수) 18:39
광주 서구의회 특위보고서로 드러난 '클럽 붕괴 사고' 총체적 부실행정

'춤 허용 조례'입법서 현황파악·의견수렴 등 충분한 검토 부족
신청 1~3일 만에 최종지정…기준 없이 '허가' 행위 졸속 진행
조례의 본질내용인 '객석면적' 기록 누락…'손 놓은 사후감독'

/최윤규 기자
2019년 09월 02일(월) 00:00
광주클럽안전사고수사본부가 29일 클럽 복층 붕괴사고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수사를 통해 3차례에 걸친 복층 구조물 불법 증·개축과 부실시공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발표에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한국강구조학회의 정밀 감식 결과와 붕괴과정 등도 공개됐다. 사진은 붕괴 현장 3차원 재현 그림과 실제 사고현장.

36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지난 7월 27일 광주 서구 클럽 복층 붕괴 사고와 관련해 변칙영업의 합법화 근거가 된 조례 제정부터 행정당국의 안전관리·감독에 총체적인 부실이 있었음이 드러났다.

1일 광주 서구의회 '치평동 클럽 내 구조물 붕괴 사고에 따른 행정사무조사특별위원회'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충분한 검토 없었던 입법과정 ▲춤 허용업소 지정 졸속행정 ▲사후 지도·감독 부실 등 전반적으로 문제가 있었다.

◇전국 유일의 '특례 부칙'…입법과정서 충분한 검토 부족

우여곡절 끝에 서구의회는 2016년 7월11일 '객석에서 춤을 추는 행위가 허용되는 일반음식점의 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 시행했다.

조례 2조에는 춤 허용업소를 '영업장 면적이 150㎡ 이하인 일반음식점 중 손님이 객석에서 춤출 수 있는 곳'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부칙 2조(150㎡ 초과 춤 허용업소 지정에 관한 특례)에는 기존 신고업소를 면적 제한에 예외로 뒀다.

이같은 규정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표준조례안에도, 다른 자치단체의 유사 조례에도 없다.

조례에 따른 수혜업소는 사고가 난 A클럽 (504.09㎡)과 B주점(394㎡) 단 2곳 뿐이다.

특위는 입법 필요성으로 꼽혔던 관내 '춤추는 영업을 하는 업소' 59곳에 대한 정확한 실태 파악과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을 제대로 하지 않고 졸속으로 조례가 제정됐다고 결론을 내렸다.


◇현장조사 제대로 했나, 신청 1~3일 만에 춤 허용업소 지정

A클럽은 조례 시행 1주일 만인 2016년 7월18일 '춤 허용 일반음식점'으로 지정됐다. 같은해 7월15일 춤 허용업소 지정(변경) 신청을 서구에 낸 지 사흘만이었다. 지정 요건을 갖췄는지 확인하는 현장조사도 지정 당일 진행됐다.

B주점도 같은해 8월19일 해당 조례에 따라 춤 허용업소 지정을 신청했다. 19일 당일 현장조사와 업소 지정까지 모든 행정절차가 한번에 마무리됐다.

업주가 제출한 춤 허용 업소 신청서 기입내용상 문제도 새롭게 확인됐다. 춤 허용 공간이 '객석'으로 제한한 입법 취지에 미뤄 신청서에는 객석면적이 기입돼야 하지만 A클럽은 주방 등을 포함한 전체 영업장 면적(504.09㎡)를 기입했지만 구는 이를 그대로 수용했다.

반면 B주점은 전체 영업장 면적을 신청서에 기입했다, 구의 보완 요구로 객석면적을 다시 기입했다.

행정청이 실사 등을 통해 요건을 따져 보완요구 또는 보류 결정을 할 수 있는 '허가' 성격의 행정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춤 허용업소 지정 과정에는 일정한 기준도, 원칙도 없었던 셈이다.

◇'고양이에 생선 맡긴 격', 업주가 안전요원·소방안전관리자로

특위는 A클럽이 춤 허용 업소 신청을 서구에 내면서 제출한 안전요원과 소방안전관리자 명단에 업주 김모(51)씨가 포함된 것을 확인했다.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가 인정, 구속된 업주다.

A클럽은 조례의 '영업장 면적 100㎡당 안전요원 1명 배치' 규정에 따라 안전요원으로 김씨 등 공동대표 2명을 비롯해 6명을 두겠다며 명단을 구에 제출했다.

A클럽은 공동대표 3명이 각각 평일·주말·대외 영업 등 역할을 나눠 맡았으며, 통상 업주가 직접 안전관리를 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결원 등이 예상됐지만 서구는 문제삼지 않았다.

또 자율적으로 소방안전 점검을 진행, 구에 보고하는 소방안전관리자로 김씨가 지정돼 있다. 소방안전교육을 이수, 1·2·3급 자격을 소지한 관리자를 선임해야 한다.

실제 구 보건위생과에 제출된 점검서에는 모든 항목이 '문제없다'로 기입됐다. 결국 직접 이해당사자인 업주에게 안전과 직결되는 점검 업무를 위임한 채 관리·감독 행정은 손을 놓았다.

◇춤 허용업소 관리대장 '객석면적' 누락…손 놓은 사후감독

서구 보건위생과는 조례에 따라 작성, 보관해야 하는 춤 허용지정업소 관리대장을 부실 작성했다. 해당 조례에는 춤 허용업소 지정(변경) 신청서, 춤 허용업소 지정증, 춤 허용업소 관리대장 등 3개 별지 서식이 첨부돼 있다.

춤 허용 업소 지정 이후 구청은 춤 허용 일반음식점 현황을 파악해 관리대장을 작성, 관리해야 한다.

서구는 관리대장 서식 항목 중 '영업장 규모(객석 면적)'에 조례 시행 3년간 관내 춤 허용업소 2곳의 객석면적을 단 한차례도 기입하지 않았다.

해당 조례가 객석에서만 춤출 수 있도록 한 점, 객석 면적에 맞춰 안전 기준을 규정하고 있는 만큼 중요한 기록을 누락한 것으로 특위는 판단했다.

특위는 실효성이 없고, 대다수 주민 권익과 무관하다는 점을 들어 조례 폐지를 권고했다. 이 같은 특위보고서를 서구의회는 지난 8월 30일 채택하고 이달 중순 임시회에서 조례 폐지안을 최종 의결한다.
/최윤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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