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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0.21(월) 18:30
순천에 스미는 ‘예춘정가의 향기’를
호남매일 honamnews@hanmail.net
2019년 09월 18일(수) 00:00
/김용수 시인
순천에서 만나고 접했던 ‘예춘정가의 향기’시집은 황홀했다. 표지부터가 시원스럽고 고향냄새가 물씬 풍겼다. 자주 빛 철쭉꽃이 활짝 피어있고, 크고 작은 장독들이 앞뜰을 장식했으며, 푸른 잔디밭이 펼쳐진 풍광사진이 압권이었다.
또 원거리 배경과 근거리의 초점 등이 그림처럼 느껴지는 사진기법은 뭇시선을 사로잡았다.
마당에 깔려진 연두 빛 잔디색깔에서 고향집마당의 아늑함을 느끼며, 어머니품속 같은 편안함도 느끼게 한다. 특히 ‘예춘정가의 향기’의 시집은 표지는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는 참살이 삶을 연상케도 한다.
‘예춘정가의 향기’는 윤예주 시인의 이름의 ‘예’자와 부인 이춘옥 여사의 ‘춘’자를 조합해서 ‘예춘’이라 했으며, 정가는 ‘부부가 행복하게 살아가는 집’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 이춘옥 사진작가를 아내로 둔 윤예주 시인의 제4시집은 보기드믄 예술작품이 아닐 수 없다. ‘예춘정가의 향기’시집은 책갈피마다 꽃과 풍광사진, 그리고 주옥같은 시편으로 예술 혼이 생글생글 향기를 내뿜고 있다.
화순군 이양면 청영동길 36-16에 자리한 ‘예춘정가’는 10여 년 전에 윤 시인이 손수 가꾸어온 정원이다. 그는 농업학교를 나와서인지, 정원 가꾸기와 글쓰기를 좋아했다. 시간만 나면 전정가위와 펜을 놓지 않았다. 조용한 성격의 소유자로 인과관계를 소중하게 여겼으며, 예의범절을 지키는 선비이다.
필자와 윤시인은 지역 선후배사이로 순천경찰서에서 만났다. 그는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키는 경찰공무원이었다. 공무를 수행하면서도 틈틈이 써온 시작들이 돋보였다. 소박한 시골풍습과 풍경이 그려지는 시편들은 필자의 가슴을 아렸었다. 아주 자연스러운 분위기로 대자연의 단면을 그려내고 그 단면을 노래하는 시편들이었다.
어느 날이었다. 지금은 고인이 된 송수권 시인은 “용수야! 예주는 경찰관이면서도 서정적인 시를 곧잘 쓰더라. 언제 시간나면 내 강의를 들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 시점을 계기로 윤시인은 송시인의 제자가 되었으며 필자와는 더욱더 긴밀한 호형호제의 사이가 됐었다. 때로는 문우로써, 때로는 형, 아우로써 문학과 서정시를 논했었다.
우의가 돈독했던 윤시인과 필자는 지금도 변함없는 시 창작과 함께 문학에 대한 갖가지를 논하고 있다. 아마도 ‘청영에서 부는 바람’과 ‘예춘정가의 향기’라는 두 권의 서정시는 필자를 만난 이후, 화순군 이양면 청영에서 탄생된 시집인 듯싶다.
잠시, 윤시인의 말을 상기시켜 본다. “참 많이도 아팠다. 그러나 그 아픔 뒤에는 행복이 숨어 있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새로운 꿈을 향해 달려온 그 10여년의 세월, 그것은 행복의 길이었다. 예춘정가 동산의 꽃 친구들과 함께한 힘들고 아팠던 세월, 참 행복한 세월이 아니었던가. 그런 길에서 나는 글을 줍고 사랑하는 아내는 카메라셔터로 풍경을 담아냈다. 여기 그 글과 풍경을 엮은 ‘예춘정가의 향기’ 시사집(詩寫集)을 세상에 내 보낸다. 아픈 만큼 더욱더 성숙해 지리라 믿는다. 오늘도 꽃 친구들이 눈을 부라리고 있기에 우리는 무던히도 행복하다. 이제 가족과 함께 손에 손을 잡고 이 행복 바랑에 걸머진 채 남은 고샅길을 가련다. 꽃이 있어 행복했고 가족이 있어 고마웠다.”라고 서술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시향을 가미해주는 사진작품은 책장마다 향기를 더해주고 있다. 깔끔한 성격과 타고난 미모에서 우러나오는 아내의 작품역시 금상첨화다.
은방울꽃, 용담꽃, 원추리꽃, 복수초꽃, 새우란, 노루귀, 백합꽃, 깽깽이풀꽃, 자란꽃, 꽃무릇, 투구꽃 등 야생화류는 향긋하면서도 생생한 내음이 스멀스멀 뿜어나는 사진작품들이다.
또 매화와 석류꽃은 목질부를 비롯해 줄기와 꽃을 선명하게 드러낼 뿐 아니라 꽃의 고상함과 화려함을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
게다가 춘설과 봄날 오후 등은 계절의 변화를 뚜렷하게 표현했으며 보이지 않는 이면의 세계를 넘나들고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런 측면에 비춰볼 때 ‘예춘정가의 향기’는 시인과 사진작가의 예술 혼이 버물어진 걸작 품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순천이라는 지명에서 만나고, 순천에서 맺고 맺은 인연과 필연은 지워지지 않는 추억과 희망을 쌓는 예술 탑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모든 만남에는 의미가 있고 배움이 있다.
더욱이 만남의 장소에 따라 그 의미도 다르다. 순천에서 시사집을 접하고 순천에서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하늘이 준 선물인 것이다.
순천에 스미는 ‘예춘정가의 향기’는 필자와 지인 그리고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가슴과 가슴으로 파고들 것이다.
순천에서의 만남과 헤어짐은 결코 하늘의 순리가 아닐까 싶다.
끝으로, 윤시인의 ‘무더운 사랑’을 게재해 본다.
이른 봄
고구마순 두어 마디씩 잘라
밭고랑에 심었던 고구마줄기들
두어 달이 지나지 않았는데도
서로 뒤엉켜 백주에도 사랑을 나눈다
누가 보든지 말든지
뒤엉켜 있는 놈들
땅속에서는 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불타는 한여름인데
저놈들은
뜨거운 이불속에서도 뒤엉켜
사랑을 주고받는 놈들이라
늦가을 어느 쯤이 되어서야
저들의 깊은 사랑을 알겠다
우리도 언제쯤
저런 사랑 한 번 나눌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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