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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0.21(월) 18:30
콩트의 영향
호남매일 honamnews@hanmail.net
2019년 10월 07일(월) 00:00
/조수웅 문학박사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정치경제(politic-economy) 세 관계를 다르게 볼 것이냐, 하나로 묶어서 볼 것이냐, 묶어서 본다면 어떤 관계를 가지느냐는 문제들이 있다.
그런데 콩트는 과학을 기술에 종속시키고, 기술을 정치경제에 종속시켰다. 과학을 연구하는 것은 기술 개발을 위한 것이고, 기술 개발은 정치경제를 위한 것이라고 한다.
콩트의 ‘savoir, c’est pouvoir’라는 유명한 말을 한다. 사부아(savoir)는 아는 것이고 뽀부아(pouvoir)는 할 수 있다는 말이다. 베이컨은 ‘knowledge is power(지식은 힘이다)라고 했다. 사보아는 knowing that the power라는 뜻이다. 아는 것이 권력이다. ‘knowing that’s the ‘can’’이다. 무엇인가 할 줄 안다는 뜻이다. ‘철저하게 안다’는 것은, 앎을 가지고 유용한 것을 하려는 것이고, 유용한 것은 결국 정치경제를 위한 것이다.
이런 식의 콩트의 생각은 군인, 귀족, 성직자 등이 아니라 기업가, 부르주아(bourgeoisie) 계층이 세계를 이끌어야 한다는 철학이다. 콩트의 이 생각을 기술관료(technocratia)라 부른다.
오늘날 관료들은 ‘테크노크라티아’이다. 좁은 의미의 이공계가 아니다. 이런 구도(과학, 자본, 경제)를 전제하고 자본주의 기업가의 가치를 가지는 관료집단이 테크노크라티아이다.
그래서 현대철학자 미쉘 푸코는 서양 근대의 학문·지식은, 사회과학 같은 실용적 학문은 기본적으로 knowledge(지식)-power(권력)의 연관관계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콩트가 말한 savoir pouvoir와 같은 얘기이다.
20세기 역사는 콩트, 스펜서, 밀의 실증주의 계열과 헤겔 맑스의 변증법 계열의 투쟁이다. 콩트-스펜서-밀 계열로 가는 세계(흔히 말하는 자연주의)가 있고, 헤겔-막스의 변증법 쪽으로 가는 계열이 있다. 지금은 그 도식이 많이 무너졌지만, 20세기 내내 이 두 계열이 투쟁한다. 20세기 역사는 두 집단의 투쟁이라고 보아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리고 제 3의 세계인 니체주의가 있다.
일종의 예술적 사유, 낭만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건 별개로 진행되었다. 이 니체주의까지 포함하면 20세기 사상을 삼분해 왔다고 볼 수도 있다. 어쨌건 콩트 영향은 매우 커서 리트레, 텐느, 르낭, 르 당텍, 아벨 레이 등이 콩트를 발전시킨다. 르낭은 ‘예수의 생’에서, 예수의 생을 실증적인 관점에서 새롭게 쓴다. 심리학에는 리보, 비네, 폴랑, 자네, 뒤마, 리셰 등, 사회학에는 에스피냐, 르 봉, 따르드, 라꽁브, 뒤르켐, 위베르, 모스, 포고케, 부글레, 레비-브륄, 랄로가 있다.
뒤르켐은 사회학의 대가이다. 마르셀 모스는 증여론(gift)이 유명하다. 이 중 밀과 스펜서가 콩트의 철학을 더 정교하고 거창한 논리로 발전시킨다.
밀은 콩트를 로지칼하고 정교하게 정치적으로 다듬었고, 스펜서는 우주의 탄생부터 물질, 생명체, 동물이 생기고 인간이 생겨나서 문명이 생긴다는 이야기를 한다. 19세기까지의 우주 드라마 전체를 썼다. 그러나 후대에는 밀보다 덜 영향을 미쳤다.
밀의 자유론(on liberty-미래 자유론)은 오늘날 자본주의 또는 자유 의지 세계의 성경이다. 밀은 정치나 윤리 외에 논리학의 대가이다. 또 거창한 진화론이 있다.
콩트의 실증주의는 브렌타노, 후설을 비롯한 현상학자들에게도 이어지고, 베르그송의 경험주의 현상학에도 이어진다.
후설(현상학)은 실증주의자인 콩트(과학주의자)와, 생명의 약동을 외친 베르그송과는 안 어울릴 것 같지만, 그에게 콩트의 사상 즉 경험의 중시, 포시티비테(positivite)에 대한 것이 스며들어가 있다. 물론 테크노크라티아 경우는 완전히 달라 공유하지 않았다. 후설이나 베르그송이 볼 때 테크노크라티아는 인간을 도구화하는 논리이다.
콩트의 실증주의를 발전시킨 대표적인 과학철학자로는 베르나르와 마하를 들 수 있다. 베르나르는 당뇨병의 정체를 처음 발견했다.
이른바 내분비, 당뇨병을 발견한 베르나르는 생리학자(현대 생리학의 아버지)이지만 인식론적으로 보면 상당히 중요하다. 콩트의 실증주의 인식론을 정교하게 발전시켰다. 마하는 실증주의에 기반해서 근대 물리학의 인식론적 근거를 파헤쳤다. 과학에서 중요한 게 가설과 실험이다.
‘관찰보다 실험이 중요하다. 실험은 수동적인 행위가 아니라, 이미 가설 또는 이론을 가지고 자연에게 물어보는 행위이다. 과학은 오로지 이성적인 행위만은 아니다. 사물들에 대한 감성이 중요하다.’
그러니까 이미 무슨 생각을 가지고 실험하는 것이다. 무작정 실험 하면 아무 것도 안 나온다. 무엇을 확인하려고 실험해 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험은 반드시 이론을 전제한다. 그러니까 수동적인 경험주의, 실증주의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사고를 하고, 가설을 제시하고, 그것을 확인(confirm)하기 위해 실험을 하는 것이다.
마하 역시 콩트의 영향을 받아서 실증주의를 전개했고, 과학법칙은 (현상 너머가 아니라) 현상들의 관계에 대한 가장 경제적인 서술(Darstellung)이다. 어떻게 그 현상을 수학적으로 간명하게 공식화할 수 있겠느냐가 과학의 핵심이라는 인식론에 입각해서 근대의 (갈릴레오의) 역학체계를 설명했다.
실증주의는, 과학에 대한 데이터를 정리해 수학으로 표현하고, 실험해보는 것이어서, 현대인이 보기에는 단순한 과학철학이다.
그래서 19세기 말 20세기 초가 되면 초기의 실증주의로부터 점점 합리주의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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