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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1.26(목) 22:23
작지만 위험한 해충, 진드기
호남매일 honamnews@hanmail.net
2020년 11월 11일(수) 00:00
사람 몸에 파고들어 가려움증에서부터 심한 경우 사망에까지 이르게 하는 진드기. 종류가 다양한 만큼 유발하는 질병도 다양한 진드기에 대해 알아보자.

■ 피부에 침투해 알을 낳는 옴진드기
8살 여자아이가 얼굴 곳곳에 농포가 생겼다며 병원에 왔다. 피부에 피부에 생긴 발진 안에 고름이 차 있는 걸 농포라고 하는데, 농포는 3개월 전 뺨에서 시작돼 얼굴 전체로 퍼졌다. 아이는 큰 병원에 오게 됐는데, 진단은 쉽사리 이루어지지 않았다.
병원 측에선 병변의 일부를 잘라내 현미경으로 관찰했다. 현미경에서 보이는 것은 바로 진드기, 그 중에서도 옴진드기였다.
옴진드기는 길이와 너비 모두 0.3mm 정도인 작은 벌레다. 전반적으로 계란형의 외모를 가졌는데, 위생상태가 열악한 곳에 살면서 사람을 감염시킨다. 주요 공격대상이 아이들이다.
옴진드기가 사람 몸에 들어오면 피부로 침투해 굴을 파고, 거기서 알을 낳는다. 그 알들이 자라서 어른이 되고, 또 자기들끼리 교접해서 다시 알을 낳는다.
위에서 소개한 아이에서 뺨에만 있던 병변이 얼굴 전체로 퍼진 것은 새로 태어난 옴진드기들이 계속 굴을 파고 알을 낳았기 때문이며, 보통 한 환자에서 발견되는 옴진드기의 숫자는 50마리 정도다.
그럼 증상은 어떤 게 있을까. 옴진드기에 걸린 환자를 만나본 적이 있는데, 그의 말에 따르면 이보다 더 가려울 수가 없다고 한다. 할 수 없이 감염된 부위를 긁게 되는데, 그러다보니 세균에 의한 2차감염도 일어날 수 있다.
치료제에 어느 정도 듣긴 하지만, 열악한 환경에 계속 머무는 한 재감염도 피할 수 없다.

■ ‘살인진드기’라고 불리는 작은소 참진드기
먼저 작은소 참진드기를 보자. 2009년 중국에서 처음 발견된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SFTS)은 1주일 이상 열이 나고 머리가 아프다, 신장과 심장을 비롯한 여러 장기가 망가져 사망에 이르기도 하는 무서운 질환이다.
치사율이 19.7%로 굉장히 높은데, 2020년 한 해에만 114명이 감염돼 17명이 사망했으니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2차 피해도 상당해서, 환자의 혈액에 노출된 의료진과 시신을 수습한 장례지도사 등이 감염되기도 한다.
올해 7월 경북대병원에서 벌어진 의료진 5명의 집단감염 사태는 병원에 입원했다 사망한 86세 환자에게 기관 내 삽관과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환자 혈액에 노출된 탓이었다. 이 질환을 일으키는 건 물론 바이러스지만, 이를 몸에 지니고 다니면서 사람 피를 빨 때 바이러스를 전해주는 건 다름아닌 진드기, 그 중에서도 작은소 참진드기다.
언론에서 이를 ‘살인진드기’라고 부르는 바람에 유명해졌는데, 실제로 살인하는 건 바이러스이니 진드기로선 좀 억울할 수도 있지만, 폭탄을 전달해 놓고선 ‘내가 안 죽였다, 폭탄이 죽였다’라고 발뺌한다면 동의해줄 이가 얼마나 될까?
게다가 이 진드기가 사람의 피를 빨고 나서 몸이 열배 이상 부풀어 있는 걸 보면, 얄밉기 짝이 없다.

■ 나쁜 병을 옮기는 다양한 종류의 진드기들
‘키싱버그 (kissing bug)’라는 진드기도 최근 각광을 받고 있다. 진짜 이름은 ‘트리아토마’라 불리는 털진드기의 일종인데, 밤에 자고 있는 사람의 입 주위를 문 뒤 흡혈하기 때문에 ‘키싱버그’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진드기는 ‘샤가스병’이라는 무서운 질환을 전파시키는 주범이다.
샤가스병은 그 이름처럼 샤가스 (Carlos Chagas)라는 사람이 처음 발견한 병이다. 의사였던 샤가스는 정부의 명을 받아 전염병을 퇴치하러 한 마을에 갔다가, 이상한 말을 들었다. “이 마을에는 무서운 병이 돌고 있어요. 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죽어요.” 호기심이 동한 샤가스는 그 마을에 머물면서 그 병의 정체에 대해 탐구한다.
오랜 기간의 노력 끝에 그가 밝혀낸 사실은 자못 놀라웠다. 키싱버그가 사람의 입을 물면서 몸안에 있던, 크루즈파동편모충 (이하 편모충)이라는 기생충을 집어넣는다. 그 기생충은 감기몸살 정도의 증상을 일으키다 사라지는데, 이제 다 나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편모충은 사람의 심장으로 가서 심장을 갉아먹고 있으니 말이다.
그로부터 20~30 년이 지났을 무렵엔 심장벽이 약해질 대로 약해지게 되는데, 그 벽이 혈액의 압력을 버티지 못하는 순간 심장은 뻥 하고 터져버린다.
편모충이 이 일을 너무도 은밀하게 처리하기에, 다른 사람의 눈으로 보면 ‘평상시 건강해 보이던 이가 갑자기 죽었다’가 되는 것이다.
원래 이 병은 브라질에서 유행했다. 좀 사는 나라들이 여기에 관심을 안 가진 이유도 그 때문이었는데, 남미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미국으로 이주하게 되면서 사정이 좀 달라진다.
키싱버그라는 진드기는 미국에도 있으니, 남미 사람들이 그 진드기에게 편모충을 전해준다면 미국에 이 병이 유행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 2010년대 들어 언론에서 다음과 같은 기사가 이따금씩 나온 것도 당연했다. ‘미국, 신종 에이즈 샤가스병 샤가스병 확산우려… 30만명 감염 추정’.
이렇게 본다면 키스를 하는 척하면서 기생충을 전파한 털진드기는 규탄 받아 마땅하다. 우리나라에 이 진드기가 없다는 점이 유일한 감형 사유이긴 하지만 말이다.
이밖에도 사람에게 병을 옮기는 나쁜 진드기들은 한둘이 아니다. 상생하며 살 수도 있는데 왜 저러고 사는지 안타까울 때가 있는데, 그 진드기들에게 영화 속 대사 한 마디를 해본다. “우리, 사람은 못 되더라도 괴물은 되지 말자.”
/글=서민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기생충학과 교수(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소식지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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