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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1.26(목) 22:23
유자차를 마시며 나눔을 생각해 본다
호남매일 honamnews@hanmail.net
2020년 11월 17일(화) 00:00
/김명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고흥바다의 빛과 향을 담은 유자가 우리 집으로 왔다. 바쁜 일상에 유자는 우리 집 담을 넘어 손끝이 예쁜 지인의 집으로 보내졌다. 그 유자 소식이 잊혀 질 즈음 전화가 왔다. “유자를 담갔어.” 유자를 보내고 까맣게 잊어버렸을 즈음에 담근 유자를 예쁜 병에 넣어 보내주었다.
맑은 병에 담긴 유자차를 보니 30년 전 벗이 보내준 유자가 생각났다.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무렵이다. 바다와 멀리 떨어진 곳에 살고 있어 유자를 잘 몰랐다. 그런데 동료선생님이 어느 날 유자를 보내주겠다고 했다. 유자…유자… 유자… 도대체 유자가 어떻게 생겼지.
벗은 귤보다는 딱딱하고 탱자보다 부드러운 열매라는 이야기와 함께 설탕에 저리면 감기에 걸리지 않고 향기가 좋다면 담그는 방법까지 알려 주었다. 고향 집에서 기르는 유자는 귀한 나무로 꼭 담가 먹으면 좋겠다는 사연도 함께였다.
인터넷도 없고, 유자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려면 책을 찾아보아야 하는 시기였기에 설레는 마음으로 유자를 기다렸다.
“아! 우리 집에 유자가 온다고요. 유자가 무엇이지? 그래 귤보다는 딱딱하고 오렌지보다는 작게 생긴 것, 그래 유자 들어보았어. 겨울이면 생각나는 노란 햇살 빛은 담은 그 유자가 우리 집에 온다고요.”
유자가 온다는 이야기에 설레면서 기다린 일주일 드디어 우리 집에 유자가 왔다. 노란 햇살과 바다향기를 담은 유자의 예쁜 색을 이리저리 살피며 바구니에 놓아두기도 해보고, 몇 개는 정성을 다해 씨를 빼고 유자를 담가 보았다.
그 이후로 해년마다 지인은 유자를 보내주었다. 그러나 내가 가장 기억에 남는 유자는 그 지인이 첫 번째 보내준 유자, 자연의 색을 닮은 햇살을 가득 담은 그 유자 빛을 잊을수가 없다.
그런데 해년마다 받던 유자를 몇 년 전부터 받을 수가 없었다. 햇살을 담고 바다의 향기를 머금은 지인의 시골집은 다른 이에게 넘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던 것이다.
그 이후로 많은 유자차를 마시게 되었다. 그러나 30년 전 처음 먹었던 유자 맛을 잊을 수가 없다. 그 맛과 향기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그때의 맛을 기억해 본다.
‘하얀 눈 속에 노란 빛을 담긴 차 한 잔을 마신다. 노란유자를 담은 유리잔 안개 빛에 쌓인 차 한 모금을 마신다. 바다의 향기와 햇살을 담은 유자차를 마시며 아침을 맞는다. 햇살과 잘 맞는 유자… 바다의 고요함도 함께 다가온다.’ 유자차를 마시며 노래 해본다.
일상에서 바쁜 나날을 보내다 보니 지척에 있는 사람들도 돌보지 못하고 하루를 보낸다. 늦가을 바람을 타고 제주에서 소식이 날아왔다.
정성스럽게 재배한 귤을 보내주겠다는 것이다. 친환경을 귤을 재배한 정성과 마음을 생각하니 귤 하나를 먹는 마음이 경건해진다.
귤과 함께 온 친환경 스토리는 귤을 재배하시는 분의 설명을 듣고 김을 매고, 거름을 주고, 다 했는데 나뭇가지를 다 자를 것 같아 가지치기는 못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귤이 크기가 달라서 보기에는 그렇지만 유기농 거름을 많이 준 귤, 바다의 바람과 햇살을 담은 귤이라는 메시지까지 보내주었다.
가을이면 나눔의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 수확의 기쁨을 나누면 배가 된다. 가을이면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누는 기쁨이 크다. 집안 구석구석 살피어 누구에겐가 무엇을 줄 수 있은 것이 있나 찾아본다.
안도현의 ‘가을엽서’ 시를 생각난다. ‘한잎 두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 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줘 주고 싶습니다.’ 시의 한 부분을 보면 나눔으로 가득 차 있다.
언택트 세상에 사람이 그리운 계절이다. 코로나가 잠시 멈춘 시기에 모임을 통해 정을 나누는 사람을 보면서 따뜻한 정을 느껴본다.
유자와 귤 노란 사연을 담은 이야기들이 바다 건너 우리 집으로 와 주변 사람까지 행복한 순간을 주었다. 언택트 시대를 살아가지만 인간에게는 따뜻한 마음이 베인 정을 나눈다는 것이 감사할 뿐이다.
햇살을 담긴 노란 유자차와 바다의 향기를 담은 귤을 먹으면서 한해의 감사의 마음을 나누어 본다.
언택트 시대에 어떤 방법으로 마음 나눌 수 있는가 생각해 본다. 온라인을 이용한 커피쿠폰이이라도 나누어야 할 것 같다.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주고 싶습니다.’ 시어가 자꾸 입가에 맴도는 가을날이다.
호남매일 honam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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