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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동 마을에 루비 꽃이 피었어요
호남매일 honamnews@hanmail.net
2020년 11월 24일(화) 00:00
/김명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음악과 함께 하는 가을 북 콘서트를 진행하였다. 가을은 책 한권을 들고 이야기를 나누며 음악을 들고 노래 부르는 시간이다. 언택트 시절에 접촉이 필요한 가을날에 사람들과 만나서 함께 호흡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가?
아빠, 엄마, 아이,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이 있다는 것에 감사한 날이다. 북 콘서트를 마치고 가는 가을을 잡기 위해 섬진강으로 차를 몰았다. 일을 마치고 아름다운 풍경을 보니 노곤함도 잠시 잊어본다. 앙상한 나뭇가지에 몇 잎 남은 나뭇잎의 춤사위가 애절하다.
늦가을에 부는 강바람이 좋다. 섬진강 길을 따라 붉은 루비 꽃을 보러가는 길에 가을이 지고 있다. 잎 새와 이별이 슬프지 않아 좋다. 가을이 시작될 무렵부터 시로 물든 가을을 엮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
구례 산동 마을 루비 꽃이 피었다. 마지막 붉은 단풍 위에 섰던 몇 잎의 고운 잎새들이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 앞서서 가는 운전자는 그 모습을 남겨 놓으려는 듯 뒤에 차가 오는지도 모르고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다.
태풍이 휩쓸고 간 섬진강은 아직도 원기를 회복하지 못했다. 강줄기를 따라 물살에 쏠린 나무는 누워서 가을을 보내고 있다. 하오 네 시의 햇살아래 춤을 추는 물결이 아름다워 잠시 차를 세운다. 가까운 주변에 경이감을 주는 자연에 감사한 마음을 가져본다.
붉게 물든 단풍잎이 흙속으로 돌아가는 시기에 아직도 붉게 물든 곳이 있다. 바로 구례군 산동마을에 산수유다. 산수유는 꽃이 주는 즐거움도 크지만 붉게 맺힌 루비의 아름다움도 감탄사를 연발하게 한다. 가을이 가기 전에 눈에 담고 싶어 무작정 길을 나섰다.
산수유는 대학나무라고 불린다. 산수유 열매를 팔아 대학을 보낼 정도로 농가에 소득을 올려줘 붙여진 이름이다.
11월부터 12월까지 수확하는 산수유 열매는 이뇨작용, 콜레스테롤 감소, 피부미용, 피로해소 등에 도움이 되며 엽산, 니아신, 사포닌, 사과산, 비타민C, 칼슘, 아연, 칼륨 등 유익한 영양분이 들어 있다.
구례 산동에서 자라는 산수유는 지리산 자락에 위치해 일교차가 크다. 따라서 다른 지역에서 생산되는 산수유에 비해 색이 좋고 과육의 비율이 높아 농가 소득을 올려 주고 있다.
산수유 열매는 우리 몸에 활력을 주고 신체기능을 향상시켜준다. 동의보감에 의하면 산수유 열매는 오래전부터 한방 약재로 쓰였다. 한방에서 산수유는 따뜻하고 독이 없는 성질로 간과 신장을 보호하는 효능이 있다고 알려졌다. 신장에 효과가 좋아 식은땀이 날 때, 소변이 저절로 나오는 병증 치료에 사용하였다.
봄에는 노란 꽃으로 상춘객을 맞이하고 가을에는 붉게 물이든 산수유는 꽃으로 사람들을 반기다가 가을에는 루비 꽃으로 피어난다. 산수유 붉은 열매는 지리산 달빛과 바람, 햇살이 만들어낸다.
특히, 구례군 산동 반위 마을은 온도차가 커서 물이 흐르는 곳에 산수유가 많이 피어 있어 길을 걷는 이에게 즐거움을 준다.
붉게 노을이 물드는 시간이면 아름답게 빛나는 산수유 붉은 빛 담은 그 빛이 찬란한 가을날이다.
산수유 터는 늙은 노부부의 일손이 바쁘다. 검은 돗자리에 붉은 열매들이 우수수 쏟아진다. 돌담 담장에 산수유 열매들이 그 수고스러움을 그대로 보여준다. 붉은 노을이 산동마을을 감싸 안는다.
이 척박한 땅에 산수유 농사를 지어 삶을 살고 꽃피어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산수유 마을 봄이면 꽃피어 좋고, 가을이면 열매 맺어 좋다. 붉은 노을에 잠시 나를 내려 놔본다.
산수유 붉은 열매가 집집마다 너른 마당에 펼쳐지며 햇살도 쉬어가면서 볕을 쬐어준다.
늙은 어미의 손을 거쳐 씨앗은 떨어져 나가고 남겨진 붉은 열매는 바람도 머물고, 달빛도 머물러 곳간을 가득 채워준다.
늦가을이면 산동에 있는 붉은 루비의 향연에 취해보아라. 주렁주렁 맺힌 붉은 열매사이를 걷노라면 힘들었던 삶의 상처들이 알알이 맺혀 있는 것을 보게 되리라. 그리고 가을을 더 이상 붙잡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바람과 햇살이 만든 루비꽃 산수유, 붉은 노을이 지는 산동마을에서 띄워 보낸다. 노을이 지는 강변에서 붉은 눈물을 뚝뚝 떨구어 내고 돌아서는 발걸음이 가볍다. 루비 꽃 핀 구례 산동에서는 가을을 겸허하게 보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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