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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4.12(월) 18:41
뇌간(賂間)

뇌물을 활용하는 간첩술(賂間)

호남매일 honamnews@hanmail.net
2021년 03월 04일(목) 00:00
/이정랑 중국고전평론가
‘병경백자’ 「간자」에서 분류한 16가지 ‘용간법’ 중의 하나다.
그 방법은 뇌물로 상대국의 군주 또는 장수의 심복 등을 매수, 그로 하여금 계속 무고한 말을 군수나 장수에게 올리게 하여 적의 유능한 장수 등을 제거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적국의 모든 정책이나 계략도 혼란에 빠지게 된다.
‘사기’ 「진승상세가 陳丞相世家」에 이런 사실이 기록되어 있다.
기원전 204년, 천하를 두고 벌어지는 초(楚)와 한(漢) 사이의 다툼은 초 패왕 항우(項羽)가 우세를 차지하고 있는 형세였다.
열세에 놓인 유방劉邦)은 진평(陳平)에게 물었다. “천하가 이렇듯 어지러운데 언제쯤 안정되겠소?”
진평은 다음과 같이 건의했다.
“항우 밑에 있는 유능한 충신은 범증(范增)·종리매(鐘離昧)·용차(龍且)·주은(周殷) 등 몇몇에 지나지 않습니다. 대왕께서 황금 수만 근을 내서 간첩 활동을 펼쳐 그들의 군신 관계를 무너뜨리고, 우리는 그 틈을 타서 항우를 공격하면 틀림없이 초를 멸망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유방은 이 계략이 실현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진평에게 황금 4만 근을 주어 이 계략을 실행하는 데 사용하도록 했다.
진평은 이 황금으로 항우 군중의 일부 인물들을 매수하여, 그들로 하여 다음과 같은 유언비어를 퍼뜨리게 했다.
대장군 종리매 등이 항우를 여러 해 동안 따르며 많은 공을 세웠으나 왕이나 제후로 봉해주지도 않아, 유방과 모의하여 항우를 멸망시키고 각자 봉토를 나누어 스스로 왕이 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이 유언비어를 들은 항우는 과연 종리매 등 장수들을 더이상 신임하지 않았다.
항우는 부하 장수들이 의심스러워 사신을 유방 진영에 보내 그 소문들의 진상을 알아 오게 했다.
유방은 이 사신들을 위해 성대한 연회를 베풀고는 짐짓 놀라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범증 대부가 보낸 사신들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항왕의 사신들이었군.”
그러고는 성대한 연회를 취소시키고 조촐한 식사로 바꾸어버렸다. 이런 보고를 받은 항우는 범증이 변심한 것으로 의심하여 더 그의 정책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화가 난 범증은 관직을 버리고 낙향하다가 도중에 객사하고 말았다.
항우가 유언비어를 믿는 바람에 지혜로운 모사와 용감한 장수들이 중용되지 못했고, 실망한 그들은 속속 항우 곁을 떠났다.
결국, 항우는 해하 전투에서 패해 자결하고 말았다. 천하를 통일한 한나라 고조 유방은 기원전 202년, 낙양에 모인 군신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 “항우에게는 범증이 있었지만 그를 제대로 기용하지 못했다. 내가 항우를 이긴 까닭이 거기에 있었노라.”
‘투필부담’ 「첩간 諜間·제5」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적의 정체를 알고 싶으면 천금을 아껴서는 안 된다. 천금을 아끼다 간첩을 잃으면 실패한다. 천금을 내어서 적의 정세를 이긴다. 이 승패의 기틀을 잘 살피지 않으면 안 된다.
간첩에게 후한 상을 주어 있는 힘을 다하도록 만들어야 성공할 수 있지, 그렇지 못하면 목숨을 바쳐 일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간첩을 위해 많은 돈을 쓴다고 해도 성공에 따르는 이익을 생각한다면 아까울 것이 없다.
모든 ‘뇌간’은 아무 곳에서나 써먹을 수 없다. 눈앞의 이익을 보면 의리를 잊고 돈을 탐내는 사람에게만 적용할 수 있다.
이런 자들은 신앙도 없고 시시비비도 없고 그저 돈만 주면 기꺼이 있는 힘을 다한다. 따라서 돈의 많고 적음에 따라서 자기와 일할 대상을 결정하는 이런 간첩은 흔히 적에게 역으로 매수당할 가능성이 많다. 당나라 때의 군사 전문가 이정(李靖)은 이렇게 말한다.
“물은 배를 움직이게도 하지만, 배를 뒤엎을 수도 있다. 간첩은 일을 성사시키지만 일을 그르칠 수도 있다.”
그러므로 간첩을 이용하되 간첩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천금을 내서 간첩을 잘 활용함으로써 적의 형세를 염탐할 수 있으나, 정보의 진위를 살피지 않고 간첩에게만 절대적으로 의존하면 곤경에 빠지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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