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속에 핀 홍매화를 보며
호남매일 honamnews@hanmail.net
2021년 02월 23일(화) 00:00
/김명화 교육학박사·동화작가
우수(雨水)에 눈이 내렸다. 봄으로 들어서는 입춘과 경칩 사이에 있는 절기인 우수는 눈이 녹아서 비가 된다는 말이다. 추운 겨울이 가고 봄기운이 돌기 시작해서인지 나주에 사는 벗이 개구리 울음소리에 아침잠을 설쳤다고 한다.
올해는 봄이 일찍 오려나 햇살이 잘 드는 남쪽에서는 복수초, 변산 바람꽃, 매화가 피었다는 소식이 날아든다. 주말에는 꽃 나들이나 가 볼까하여 섬진강쪽으로 소풍을 나갔다. 볕이 잘 드는 강변에는 매화꽃이 환하게 피어 길동무를 해준다.
꽃샘추위다. 바람이 꽃피는 것을 시기한 것일까? 우수에 내린 눈이 반갑지도 하지만 미리 피어난 매화 꽃송이가 걱정이 되었다. 광주 국립박물관 지나가는 길에 홍매화를 볼 겸 차를 세웠다. 설중매를 찍으려는 사진작가들이 박물관 정원에 하나, 둘 모여 들었다.
눈 속에 핀 홍매화를 담으려고 온 작가의 눈빛이 선하다. 좋은 풍경을 찾아 카메라에 담다보니 아름다움이 얼굴까지 베였나보다. 어깨에 이고 진 카메라를 보면서 스파트폰 카메라가 살짝 부끄러웠다. 그래도 마음에 드는 몇 장면을 찍고 그 자리를 벗어났다.
설중매가 된 홍매화를 보면서 위험이라는 것을 직감한다. 엘리자베스 아펠의 ‘위험’ 이라는 시가 있다. 눈 속에 핀 홍매화를 바라보면서 안전한 곳에 머물 것인가? 위험을 무릅쓰고 세상에 나가야 하는가? 고민을 하던 중 시를 만나게 되었다.
‘마침내 그날이 왔다.
꽃을 피우는 위험보다
봉오리 속에
단단히 숨어 있는 것이
더 고통스러운 날이’
꽃은 눈송이 속에서도 피어났다. 눈이라는 시련과 마주치는 꽃송이를 본다. 피어나야 하는 시기였기에 피어난 꽃이다. 이제 꽃은 시린 바람, 고통을 이기고 봄을 맞이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만약 피어나지 않고 봉오리로 있었다면 그 안에서 머물다 생명을 다했을 것이다.
매화는 피어나 눈이라는 시련을 만났지만 역경을 이겨낼 것이다. 봉오리로 머물었다면 더 많은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눈 속에 핀 매화를 보고 안타까워하는 것은 내 마음인 것이다. 홍매화 핀 박물관 정원을 나오면서 눈 속에 핀 매화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 주었다.
설중매가 된 홍매화를 보니 제자와 상담했던 일이 생각났다. 교사 임용해 합격한 E는 시골학교에 발령을 받았다. 첫 교사생활이라 학생 수가 적어 너무 좋았는데 몇 년의 세월이 흐르다 보니 편안함에 안주하고 있는 자신이 너무 나약해졌다는 생각이 들어 전근을 결심하게 되었다고 한다. E는 학생 수가 적다 보니 수업 준비도 소홀해졌으며, 연구하지 않는 자신을 보면서 “참교사인가?” 많은 고민이 했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제자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 안에 안주할 것인가? 세상 밖으로 나올 것인가? 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 E의 노력하는 자세가 바로 참교사라고 격려해 주었다.
매화는 필 때가 되었기 때문에 핀 것이다. 설중매가 되어 위험도 이겨내고 고난을 격고 성장하는 것이 인생이지 싶다. 마음에 든 눈 속에 쌓인 홍매화 사진을 지인에게 톡으로 보내주었더니 안도현의 ‘겨울편지’ 시를 답으로 보내 주었다.
‘흰 눈 뒤집어 쓴 매화나무 마른가지가
부르르 몸을 흔듭니다.
눈물겹습니다.
먼지 않아 꽃을 피우겠다는 뜻이겠지요.
사랑은 이렇게 더디게 오는 것이겠지요.’
겨울과 봄 사이에 만날 수 있는 시다. ‘부르르 몸을 흔듭니다.’ 매화가 성장하는 과정이고 세상에 나가기 위한 준비다. ‘겨울 편지’ 시를 읽으면서 봉오리 안에서 애쓰는 모습이 그려져 눈물겨웠다.
설중매가 된 홍매화 사진을 보면서 그 많은 사진작가를 박물관 정원으로 불러 낼 수 있는 것은 우수에 눈이 주는 선물이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눈 속에 피어 붉은 자태를 보여 준 홍매화, “넌 최선을 다 했어.” 가만히 속삭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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